[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2024년 수가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직무대리 현재룡·이하 건보공단)은 지난 11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의약단체장들과 상견례를 갖고, 내년도 수가협상의 시작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 대한조산협회 이순옥 회장, 그리고 대한의사협회는 이필수 회장을 대신해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이 참석했다. 건보공단 측에서는 현재룡 이사장 직무대리,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김남훈 급여혁신선임실장, 박종현 빅데이터운영실장이 참석해 이번 수가협상의 중심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건보공단은 그간 제기된 제도개선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룡 기획상임이사는 “수가조정모형을 다양화해 보건의료현황과 경제 상황이 반영되고 객관적으로 수가밴드가 설정될 수 있도록 현행 SGR 모형과 함께 GDP모형 등 4가지 개선모형으로 산출한 결과값을 수가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소위원회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밤샘협상을 탈피할 수 있도록 협상 마지막 날 재정소위원회 개최시간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공급자와 가입자 간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재정소위원회 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내에 공급자-가입자-건보공단 간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필수의료체계 구축, 신종 감염병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 인프라 유지, 어려운 경제 여건하에서 수가 인상이 보험료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약단체장들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치협, ‘비정상의 정상화’ 정부가 나서야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박태근 회장은 “무한경쟁에 내몰린 치과는 초저수가 덤핑치과들로 인해 비보험진료는 레드오션으로 바뀐지 오래됐다”면서 “정상적인 진료와 정상적인 수가를 받는 치과가 오히려 비정상으로 내몰리는 지경이 이르렀다”고 밝혔다. “비급여 진료비로 보상받는 것을 전제로 출발한 치과 건강보험 정책이 이제는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국민소득은 1/2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치과의사들은 미국의 1/20 수준의 보험수가를 적용받고 있다”면서 “의료인의 양심만을 강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건비 관리비 상승, 환자 요구 수준 상승 등으로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과 개원의들에게 일한 가치만큼의 대가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수가협상 위기 “통보 아닌 진정한 협상돼야”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이하 의협)은 수가협상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협 김봉천 부회장은 “의협으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았던 대한개원의협의회가 권한을 반납했고, 협회 내부에서도 수가협상을 거부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으며, 대의원총회에서는 최소 5% 이상의 결과물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진료현장에서는 의사가 구속되고 칼에 찔리고 폭언에 시달리고 있으며,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는 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복잡한 규제는 진료현장의 사기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보공단은 제도개선을 약속했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면서 “협상은 통보가 아니라 진정한 협상이어야 한다. 마지막 협상단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병협, “건보재정 안정된 지금이 기회”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 윤동섭 회장은 “병원계는 여전히 의료 수입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지난해부터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라는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윤동섭 회장은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은 안정된 누적 재정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하며 “필수 보건 인프라 구축과 예측 불가능한 감염병 등에 대한 상시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서 적극적인 재정 운영을 통해 안전한 경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 수가계약은 정보의 접근성 등에서 공단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협상 당사자인 의료공급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균형을 조율하는 가교역할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의협, 급여 체계 정성화 필요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지난 3년여의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국민과 함께 의료진들도 함께 고통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여러 지원 대책에서 의료인들은 소상공인에서 배제돼 있었다”면서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건보공단이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험급여가 진행됐음에도 80% 본인부담금을 적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체계가 유지되고 있고, 사법부의 판단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동일한 행위에 있어서도 의과에 비해 차별을 받는 점 등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4년도 4.2%를 점유하고 있던 한의 건강보험은 작년에는 3.1%까지 하락했다”면서 “한의계가 무너지지 않고 한의 진료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 코로나19 영향 착시효과 걷어야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표면적으로 볼 때 2022년도에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약국 조제 건수가 상대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2022년도에만 단발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면서 “코로나 확진자의 영향이 빠진 올해는 약국의 진료비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행위료는 다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년 대비 진료비가 얼마나 늘었는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라는 특수성과 장기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현재 여러 현안으로 어려운 보건의료계에 적정한 수가 인상을 통해 일말의 희망을 보여줄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단에서는 부과체계 개편과 의료 이용자 수 회복으로 인해 재정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을 했었는데 건강보험 재정 흑자 규모가 더욱 커져 2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재정의 여유가 있을 때 수가인상률을 조금씩 현실화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는 또 다른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산협, 말도 안되는 분만비 폐업 속출
대한조산협회(이하 조산협) 이순옥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분만비가 이렇게 싼 국가는 없다”면서 “58만6,000원의 비용으로 어떻게 출산을 지원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저출산 시대에 직면하고 있지만 국가적 대책이 없고, 산부인과와 조산워는 문을 닫야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면서“이번에 현실화되지 않으면 전부 폐업할 지경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예년보다 늦어진 수가협상, 치과 19일 1차 협상
올해 수가협상은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지고 있다. 특히 건보공단 협상단과 의약단체장 간 상견례가 진행되는 시점까지도 수가 인상에 투입될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지 못하는 등 세팅이 더딘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방적 통보가 아닌 진정한 협상을 바란다”는 의약인단체의 당연하지만 관철시켜야 할 요구와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보험료 현실화로 이끌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이번엔 결실을 맺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치협 마경화 보험부회장을 단장으로 치협 김수진·설유석 보험이사, 서울시치과의사회 함동선 부회장으로 구성한 치과 수가협상단은 오는 19일 1차 협상을 시작으로 마감 시한인 31일까지 치열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