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50대 환자 전달마취 후 설신경 마비, 의료인 책임 70%’, ‘70대 환자 상·하악 총의치 치료 후 환자 불편감 호소에 60만원 지급’, ‘교정치료 후 6개 치아 충치 발생, 670만원 지급’, ‘보철 치료 중 환자 동의없이 치아 삭제, 위자료 200만원 조정’ 등.
이상의 사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에서 치과관련 의료분쟁 관련 감정 및 조정 결과의 일부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과실로 인해 환자가 조정신청을 진행했을 때 시술자인 치과의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경우가 다수인데, 그 이유는 대부분 ‘설명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과실 사건 의료인 ‘기소’ 갈수록 증가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이하 치협)는 지난 11일 치과의사회관에서 ‘치과의료감정원 설립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치과의료분쟁과 관련한 의료감정의 공정성, 전문성, 객관성 향상을 위해 치과의료감정원(이하 감정원) 설립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감정원 설립 시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치협 박찬경 법제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에는 치협 법제담당 이강운 부회장이 ‘왜 치과의료감정원 설립을 준비하게 됐는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으며, 양성은 교수(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치과보존과), 최유성 前회장(경기도치과의사회), 조영욱 위원장(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권긍록 회장(치의학회)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강운 부회장은 발제에서 현시점에서 감정원 설립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실제로 치과에서 벌어진 의료분쟁 시 어떻게 감정이 이뤄지고 조정이 됐는지 그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강운 부회장은 관련 보도를 인용해,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약 1,000명에 가까운 전문직이 업무상과실치사상 죄로 기소됐는데, 그 중 약 70%가 의사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소된 의사 가운데 유죄를 선고 받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형사재판을 받은 의료인 354명 중 약 70%가 유죄를 선고 받았고, 유죄를 선고 받은 의사 4명 중 1명은 금고형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재원이 설립된 지난 2012년 이후 의료과실을 다투기 위한 의료소송이 급격히 증가했고, 의사가 유죄를 받는 비율 또한 높아졌는데, 이는 의료사고 중재를 위해 설립된 중재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강운 부회장은 “현재 치과의료 감정은 과연 합리적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의료분쟁에서 주요 쟁점으로 작용하는 △설명의 의무 △주의의 의무 △입증 책임의 문제 △(피해자의) 노동력 상실률 문제 △용어 선택의 문제 등에서 과연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짚었다.
‘설명 의무 위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의료분쟁에서 의료인의 책임이 크다는 감정 판단, 결국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를 보면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게 이강운 부회장의 주장이다.
2013년 서울지방법원은 임플란트 시술 후 실패, 상악동 천공으로 부비동염 진단을 받은 사례에서 치과의사는 위자료 700만원을 환자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시술 몇 년 후에 증상이 나타난 원고의 경우 다른 원인에 의한 부비동염일 가능성이 높고, 진단과 합병증 치료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이다.
2015년 서울동부지법은 임플란트 시술 후 감각 이상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900여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또한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 사례다.
중재원 조정 사례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환자 A씨에 대해 의료진은 발치 후 임플란트 치료를 권했지만, A씨는 자연치 유지를 강하게 요구해 의료진은 관련 치료를 수차례 시행다. 하지만 결국 발치와 임플란트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었고, 중재원은 의료진의 발치 및 임플란트 가능성 판단은 정확했다면서도, 치의학적 근거가 없는 환자의 요구에 맞춘 것이 문제가 됐다고 판단, 환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조정한 것이다. 치의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를 환자가 원할 시 해당 치료를 하지 않는 이유와 향후 예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강운 부회장은 이 밖에도 설명 의무 위반으로 책임을 전가 받은 다양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과연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의료분쟁, 특히 치과와 관련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감정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고, 더불어 노동력 상실률에 대한 판단에도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치과의료감정의 합리적인 기준에 대해 범치과계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또한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없어야하고, 불가항력적 사고는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양성은 교수가 치과의료감정의 문제점과 해결을 위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감정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최유성 前회장은 감정원 설립 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감정원의 필요성은 잘못된 진료로 피해를 받은 환자들을 외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선한 진료 과정 후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치과의사들을 위하는 마음이라는 공감대 형성, 즉 치과의사의 ‘안정적인 진료환경’과 ‘억울하지 않는 국민건강권’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조영욱 위원장이 의협 의료감정원 설립 배경 및 그 과정에 대해 설명했으며, 권긍록 회장은 감정원 설립과 관련한 치의학계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