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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북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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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북한강의 제일 북쪽 코스인 ‘물 반, 산 반’이라는 화천코스로 라이딩을 잡는다. 전날까지 퍼붓던 장맛비가 잠깐 멈칫거린다. 섭씨 32~33도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 대지는 달궈놓은 쇳덩이처럼 뜨겁다. 그 위에 장맛비를 뿌리니, 마치 삶은 감자처럼 산하가 온통 김을 내뿜는 아침, 춘천역에 자전거를 내린다. 워낙 먼 길이라 장거리에 편안한 ‘풀샥 캐논데일’이 나를 태우고 달릴 것이다. 언제봐도 듬직한 이 자전거는 항상 그렇듯 험하고 먼 길을 나와 동행했었다. ‘풀샥 캐논데일’은 샥옵저버가 앞에 하나밖에 없는 하드테일 보다 쿠션이 좋을 뿐 아니라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한 번 속도가 붙으면 페달링을 많이 하지 않아도 고속으로 달려나가는 탄력이 특성인 전후방 샥옵저버 자전거다. 이름도 풀샥이라 부른다.

 

춘천역에 내려서자마자 나의 자전거는 마치 리무진 세단을 탄 것처럼 어떤 충격에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동료 7명이 달리는 북한강 자전거길은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말끔하고 찬바람마저 불어 상쾌함을 더한다. 소양강교를 넘어 강변에 조성해놓은 육림공원을 달린다. 안개가 옅게 낀 공원 나무들은 안개에 젖어 반짝거린다. 상큼한 안개 내음이 콧속을 스치면서 정신도 맑아졌다. 햇살이 비치는 것보다 컨디션이 훨씬 좋아진다. 신매대교 건너부터 북한강은 그 유장한 멋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서상리를 지나며 서상대교 위를 바람처럼 달려 춘천댐에 이른다. 안개는 점점 엷어지고 숨어있던 산과 강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짧은 언덕을 넘어서자 아들 녀석이 근무하던 2포병여단 앞이다. 10년 전에 면회를 위해 그렇게 들락날락했던 부대였다. 그 옛날 이 먼 곳을 수없이 다니다니…, 자식의 일이라면 어느 부모도 똑같으리라. 지금은 그 길을 아내와 라이딩을 할 정도니 체력만큼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 것이 분명하다.

 

이어 나타나는 에어브리지 오월교는 60~70m 상공에 걸려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렸다. 38선을 넘어 유명한 말고개 이정표가 나타난다. 6·25 한국전쟁 당시 밀려 내려오는 북한 인민군 탱크를 수류탄 하나로 육탄 저지했던 그 고개, 말고개다. 터널 입구에는 두 마리의 준마가 달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10% 경사의 말고개 1km를 올라 터널을 통과한다. 갑자기 깜깜해져 앞차의 후미등 불빛을 따라 터널을 통과하는 데 옆을 스치듯 질주하는 차량 굉음은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크고 위협적이다. 바짝 긴장하고 터널을 통과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땀을 흠뻑 흘리며 오른 언덕을 바람처럼 내려가니 흐르던 땀이 오싹하며 멈춘다. 지촌삼거리, 경치 좋은 광덕계곡, 백운계곡으로 이어지는 길과 화천, 달거리고개로 이어지는 삼거리다. 전방에서 서울로 나올 때 검문으로 모든 군인이 긴장할 정도로 악명(?) 높았던 신포리 검문소.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돼 검문소 바로 앞에 앉아 헌병들에게 ‘자네 수고 많이 한다’고 격려할 나이가 되었으니 유수와 같은 세월을 실감한다.

 

오탄교를 지나 본격적인 내륙 라이딩이 시작된다. 10% 경사로 꼬불거리는 3.9km의 해발 210m 달거리고개! 가파른 구곡계곡을 자전거로 오른다. 우리가 언덕을 오르는 것은 언덕 너머 어떤 세상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리라. 언제나 그렇듯 언덕 너머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달거리고개는 화천 주민이 외지로 나올 수 있는 통로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 위치다. 한북정맥의 두류산(993m)줄기가 북한강에 연결되어 이 고개가 막히면 화천은 고립무원이 된다. 험난한 곡운구곡의 달거리고개, 절벽과 낭떠러지를 동무하며 몇 번을 굽이굽이 올랐던가! 달거리고개 정상에는 난데없이 수상보트들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물의 도시 화천을 보여주는 광경이다. 보통 오탄교에서 달거리고개를 보고 지레 질려 포기하는 자전거 애호가도 많다고 한다. 얼마나 넘기 어려웠으면 달고개라 했을까? 한 달에 한 번 넘을까 말까 하는 고개, 또는 달을 볼 수 있을 만큼 높다는 뜻일까? 달거리고개를 천신만고 끝에 오르고 주저앉는다. 생수 페트병 하나를 입에 틀어넣는다.

 

얼마나 쉬었을까? 서둘러 정신을 차려 계성천을 따라 내려가는 내리막은 그야말로 쏜 화살이다, 다시 몰려드는 안개는 월천리 강변을 휩싸고 산자락 뒤에 숨어있던 북한강이 어느새 돌아 나와 얼굴을 내밀며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안개가 자욱한 강변은 수줍은 듯 안개로 감싸고 바람이 불어 간혹 새색시가 면사포를 벗듯 잠깐 본색을 드러낸다. 새로 생긴 자전거길의 참모습은 한 차례 세찬 바람으로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처럼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줄지어 선 흰 개망초가 열병식을 하듯 우리를 향해 늘어서고 미풍에 손을 흔드는 것 같다.

 

나는 초대받은 귀한 손님이 되어 스치듯 흰 꽃의 향연에 답하듯 달린다. 작은 시내가 있어 풀밭 사이로 흐르고 물소리는 지친 마음을 씻어 내고, 검푸른 북한강 물결은 나그네 옛 추억의 배를 띄워 사라지고 있었다. 그 옛날 걷던 이 길을 이제 백발의 나그네가 되어 달리는데, 안개에 젖은 이름 모를 야생화는 함초롬히 젖어 눈물로 옛 추억을 얘기한다. 홀연히 나타난 연못에 핀 연꽃 봉오리는 그 옛날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를 쳐다보는 듯하다. 지나간 추억을 잊는다 해도 그 옛날 같이했던 친구 생각에 눈물이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흐르는 강물에 마음의 강이 겹쳐 무심의 세계로 흘러가고, 한참을 아름다운 원천리 강변을 무아 속에 달렸다. 강 건너 안개 낀 붕어섬은 마치 산수화 속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표현할 수 없는 정경! 눈 속에 들어오면 그것이 바로 그림이오, 안개 낀 숲 속의 새소리와 물소리가 귓속에 들어오면 음률이다.

 

북한강변의 모든 풍광이 시가 되고, 그림이 되고 있었다. 강이 휘돌아 나가는 곳에 아스라이 화천이 안개에 둘러싸여 보일 듯 말 듯한 논미리 강변. 페달을 밟을수록 화천은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화천 강변의 조그만 다리는 붉은 꽃으로 단장하고, 화천을 상징하는 수달상이 다리에 새겨져 있다. 강에는 물의 도시 화천을 말해주는 붕어상이 서 있다. 강을 건너 위라리로 들어서는데 비가 퍼붓는다. 우리는 빗속을 뚫고 위라리 강변을 달려나간다. 마치 제주의 비자림과 같은 강변 숲길에 외줄기 길이 나 있어 나그네는 길을 재촉하는데, 홀연히 나타난 강상부교! 다리를 마치 강 위를 날 듯 달려 안갯속으로 사라져간다. 천국 속을 달려나가듯 비와 숲 속의 낭만은 뇌리에 깊이 새겨지고 있었다. 거례리로 올라서자 멀리 춘천 가는 부다리고개길이 솟아 있었다. 오직 우리가 페달을 밟는 숨소리만 빗속의 북한강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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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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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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