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치)임원, 의장단 및 각구회장 총무이사 합동연수회가 있었다. 매년 열리는 연수회지만, 이번엔 필자 고향근처에서 개최되었기에 감회가 조금 남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난 후로 서울에서 계속 살게 되었다. 물론 부모형제가 있으니, 가끔씩 고향을 들렸지만, 다른 목적으로, 손님으로 고향에 온 것은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토토처럼, 젊은시절 고향을 떠나서 영화감독으로 대성공을 할때까지 한 번도 고향을 찾지 않다가, 꿈을 키워준 낡은 마을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 아저씨의 죽음으로 다시 찾는 것과는 차원이 한참 다르긴 하지만, 어쨌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친구들을 회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분명 떠날 때는 10대였는데, 지금은 50대에 들어서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깊어가는 가을이 한없이 과거로의 여행을 재촉하였다.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치과계 주요현안 내용 중에 65세 이상 연회비 면제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대한민국 고령화에 대한 갈등과 대책이 치과계도 예외 없이 찾아들었다.
현재 협회나 서치에선 연회비면제 대상연령이 65세 이상으로 되어있다. 서치의 지부인 각 구회에서도 이 기준을 따르기 마련인데, 이렇게 되면, 어느 구에선 30%에 육박하는 회원들이 연회비 면제대상이 되었다. 이 정도라면 회무를 제대로 하지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임이 틀림없다. 또 아직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다른 구회들도 앞으로 급격하게 늘어가는 면제회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사실 대책이야 면제대상 회원연령을 올리는 것인데, 이 안건을 대의원총회에 올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과거 대의원총회에 올라왔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 터라 모두 조심스럽다. 일부 구회에서는 면제대상 회원들 스스로 회비를 낸다고 하니 무척이나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다.
이런 노령화 현상은 저번 대통령선거 때부터 쟁점화되어 온 국민연금에서도 나타났다. 대한민국 국민연금에서의 해결책은, 돈은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혜택을 받는 것이다. 누가 더 많이 내고 누가 더 적게 혜택을 받느냐라는 형평성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고, 그것은 현 정부에서 더 많은 연구와 소통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 현실정치에서는 소통이 잘 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적 논리가 아닌 국민들의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쪽으로 접근방법을 찾아야한다. 어느 한쪽이 희생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이제는 참아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경기인데다가 불안정한 사회적 구조 때문에 해법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치과계에서도 면제회원에 대한 해결방법은 면제회원을 줄이는 것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회무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선배원로회원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면제회원들의 연령을 올린다면, 지금 회무를 맡고 있는 중년층이나 젊은 회원들도 세월이 흐르면 본인들도 결국은 면제회원이라는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면제회원이 되는 나이가 바로 코앞에 닥친 선배 원로회원들의 섭섭하고 분함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회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언이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지금까지 치과계를 위해서 노력하신 선배치과의사들에게 노년에 조금이라도 혜택을 더 드리고 싶은 심정은 다 같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애타는 후배치과의사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치과계를 위해서 후배들을 위해서 한 번 더 먼저 솔선수범하는 선배들의 용단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