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입춘을 맞이하여 독자 모두 크게 길하시고 경사로운 일이 많으시기를 바랍니다.”
입춘이 되어야 비로소 음력 달력이 병오년으로 바뀐다. 입춘 전까지는 을사년이다. 설날은 음력 1월 1일이지만, 병오년의 시작은 입춘이다. 음력 설날에 바뀌지 않고 입춘에 바뀌는 이유는 24절기는 태양력이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음력이 아닌 태양력이 필요했다. 생존에 대한 지혜로 만들어진 것이 24절기다. 24절기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1년을 24번으로 나눈 것이다. 그 처음 시작이 입춘이다. 입춘은 봄의 기운이 처음 시작되는 지구의 위치다. 하지만 실제로 봄이라고 체감되는 것은 우수를 지나고 경칩을 지나 춘분이 되어야 하니 입춘부터 한 달 반은 지나야 한다.
예부터 입춘 날 아침에 제일 먼저 먹을 갈고 입춘축을 쓰는 것으로 한해를 시작했다. 입춘축이란 ‘입춘에 쓰는 축원문’이다. 좋은 글을 써서 집안이나 대문에 붙여두었다. 가장 많이 애호된 글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다. 건양(建陽)이란 태양을 세운다는 의미로 지난해에서 새해로 바뀌며 새로운 태양이 뜬다는 의미다. 다경(多慶)은 경사스러운 일이 많길 바라는 축원이다. 필자도 오늘 ‘입춘대길 건양다경’이 적힌 입춘첩을 책상머리 앞에 붙이고 글을 쓴다.
병오년(丙午年)의 병오(丙午)는 ‘정오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한가운데 찬란하게 떠있는 태양’을 의미한다. 이 태양은 모든 곳을 비추며 그림자는 가장 짧다. 청명하니 풀이 무성해지고 나무는 많은 가지를 낸다. 세상일은 늘 장단점이 공존한다.
풀이 무성해질 때 잡초를 부지런히 제거해주지 못하면 곡식이 영글지를 못하여 농사를 망칠 수 있다. 나뭇가지가 너무 많아질 때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으면 가을에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림자가 없으니 태양열을 피해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동물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뿌리가 깊지 못한 나무는 고사할 수 있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곳까지 비추어지면 더러운 것이 너무 많이 보일 수 있다. 병오년은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잡초를 뽑고 가지치기를 하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게을러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얻을 것이 없는 문제도 제기한다.
병오(丙午)는 12지지로 보면 붉은 말로 적토마를 상징한다. 청명한 어느 여름날 정오에 벌판에 잘 달리는 적토마를 연상시킨다. 짧은 거리라면 목적지까지 단숨에 힘차게 달릴 수 있지만, 장거리라면 탈수로 지치는 것을 염려하고 준비하여야 탈진하지 않는다. 천하의 적토마도 물을 못 마시면 탈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것을 주면 반대로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병오(丙午)는 음양오행으로 볼 때 순수하게 화(火:불)의 기운만을 지닌 양(陽)의 극단이다. 화(火)의 극단은 염상으로 모든 것을 태우거나 탈수를 시키고 땅을 마르게 한다. 태양볕이 너무 뜨거울 때는 빛을 차단하여 그늘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탈수와 탈진을 막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수분을 공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준비가 풍성한 가을을 만든다.
2026년 입춘을 맞이한 이 시기에 지구촌은 실로 복잡하다. 아직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중이고, 프랑스를 위시한 여러 유럽 국가들은 과도한 복지 정책으로 유학생에게 학비 지원을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미국은 이미 예전에 알던 그런 국가가 아니다. 미국이 돈로주의를 주장하면서 남북아메리카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때다. 아시아도 쉽지 않다. 중국은 군부 1인자가 숙청되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점이다. 대만은 중국 공격을 고민하고, 일본은 중국과 여전히 대립 중이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국경분쟁 중이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은 아직도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있고, 이란에서는 유혈민주화운동이 한창이다. 이렇게 편하지 않은 지구촌 사정이 병오년에 또 어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바라야 하건만 요즘 상황을 보면 그저 무해무탈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2026년 병오년 입춘에 독자 여러분 모두 대길하고 다경하시길 바라고, 부디 지구촌이 모두 평안하길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