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화)

  • 구름많음동두천 9.0℃
  • 구름많음강릉 10.1℃
  • 구름조금서울 8.4℃
  • 맑음대전 10.1℃
  • 대구 11.0℃
  • 구름많음울산 14.2℃
  • 황사광주 10.1℃
  • 구름조금부산 14.3℃
  • 맑음고창 8.5℃
  • 흐림제주 12.6℃
  • 구름조금강화 8.0℃
  • 구름많음보은 10.4℃
  • 구름조금금산 9.1℃
  • 맑음강진군 11.2℃
  • 구름많음경주시 13.7℃
  • 맑음거제 13.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거머리와 치과의사

URL복사

권 훈 논설위원

거머리에게 두 딸이 있어 다오 다오 하느니라 족한 줄을 알지 못하여 족하다 하지 아니하는 것 서넛이 있나니 곧 스올(grave)과 아이 배지 못하는 태(womb)와 물로 채울 수 없는 땅(desert)과 족하다 하지 아니하는 불(fire)이니라.”(잠 30:15~16). 이처럼 거머리는 욕망 가득하고 이기적인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되곤 한다.


거머리를 의인화하여 두 명의 딸로 표현하였지만 원문에서는 two suckers 즉 거머리에 있는 두 개의 흡착판을 말한다. 하나는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달라붙는 데, 또 하나는 피를 빨아먹는 데 사용된다. 거머리는 자기 몸의 5~10배에 해당하는 양의 피를 빨아들인다고 하니 욕심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과 필요보다 더 가지려는 탐욕으로 점철된 거머리를 보노라니, 행복이란 성취/욕망이라고 정의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생각난다.


필자는 성공한 치과의사보다는 행복한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성공한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희생해가며 얻는다면 진정한 성공일까? 과연 행복할까? 칼럼을 쓰면서 자문해 본다. 성취하는 게 많을수록, 얻고자 하는 욕망이 적을수록 행복할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분모인 욕망을 줄이기보다는 분자인 성취만 늘려서 행복해 지려고 한다. 진료를 마치고 포장해 간 치킨만으로도 온 가족이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기심을 상징하는 거머리의 역기능에서 눈을 돌려 의술을 베푸는 거머리의 순기능을 살펴보자. 거머리를 이용한 의학적 치료는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히포크라테스 전집 및 동의보감에도 언급될 정도로 ‘요법’으로 인정되어 왔다. 거머리는 18~19세기 방혈을 위해서 원초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피부이식과 같은 미세 수술에서도 발군의 치료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치과 영역에서도 거머리는 사용되어 명실 공히 더블 보드(의사+치과의사)라 할 수 있다. 1917년 치과의사 찰스 에드먼드 켈스(Charles Edmund Kells, 1856-1928)는 근관치료 후 야기되는 치주적인 병변 또는 국소적인 염증이 있는 경우 거머리 사혈을 적극 추천하였다. 다만 거머리의 임상적 적용을 위해서는 인내의 기다림이 필요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할 것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사혈에 사용된 거머리는 절대 다시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였다. 백여 년 전 켈스의 권고 사항은 현재 치과 개원의에게도 울림을 줄만한 내용이다.


거머리는 3개의 턱을 가지고 있으며 각 턱에는 100여개씩의 아주 미세한 이빨이 있다. 거머리 이빨은 사람의 치아처럼 무기질과 칼슘을 포함하고 있기에 단단하며 날카롭다. 거머리에게 물리면 통증은 없으나 Y자 모양의 상처가 발생하며 이곳을 통해 피가 빨아들여진다. 거머리 침샘에서 분비된 다양한 물질들은 진통, 혈액순환 촉진 및 항응혈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의사 거머리 선생님과 치과의사 거머리 선생님의 이론적 배경이다.


Leech bite(Y-shaped)의 윤곽은 세 꼭지의 별 모양인 메르세데스 벤츠 로고를 연상시킨다. 환형동물 거머리와 자동차 메르스데스 벤츠는 전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의술에 이용되는 거머리, 전문직 의료인이 선호하는 차종 벤츠로 풀어 설명하면 공통점이 좀 보인다. 성공의 상징물로 인식되고 있는 자동차 로고에는 품격, 부, 신뢰성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 세 단어 중에 품격과 신뢰성이란 글자만 유독 눈에 들어온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비트코인의 슬픈 사회
최근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이 뉴스를 들으며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착한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권선징악과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 잘산다는 것이 공통의 교육적 목표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였다. 이런 가치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면서 규칙이 만들어졌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기 위해 윤리와 도덕 그리고 성실한 삶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근면성실한 자가 존경받기보다는 무능하거나 고지식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얻은 자들이 각광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가 큰돈을 벌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되었다.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무리하게라도 영끌해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20~30대가 혈안이 되었다. 무리한 코인투자로 모든 것을 잃은 청년들이 속출하기도 하였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는 뉴스는 비상식의 상식화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갱신할수록 성실한 노력으로 번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비트코인의

재테크

더보기

신고가 경신하는 미국 증시와 첫 금리인하 전후 전망

기술주가 견인하는 미국 증시의 신고가 경신 최근 신고가를 이어가던 미국 증시 중심에는 엔비디아와 AI 관련 기술주의 힘이 컸다. 전통적인 빅테크 기업이었던 애플과 구글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는 사이 엔비디아(3위)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애플(2위)의 시가총액에 근접하게 됐다. 그런 엔비디아가 최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증시도 상승 추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종목별로 차별화된 장세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기술주와 비기술주 간의 상대적인 가격 차이가 크게 커지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지수에 편입된 기술주가 S&P500 지수보다 역사적인 고평가 영역에 이르고 있다. 특정 섹터와 기업에 편중된 주가 상승은 전체 미국 증시의 건전한 상승 흐름이 지속될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지난해 11월 FOMC 이후로 이어진 산타랠리와 연초 미국 증시의 랠리는 큰 조정 없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어느 시점부터 건전한 주가 조정 구간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기적 자산배분 - 인플레이션 금리사이클 연준의 기준금리 위치와 방향을 나타내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참고해 현시점에서 주기적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