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오전 10시 51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보시스템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센터 가동이 중단됐다. 69억 들여 구축한 심평원 ICT센터가 냉각장치 고장으로 27시간동안 먹통이 된 것이다. 이번 정보시스템 중단에 대해서 심평원은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ICT센터 내 항온항습기 관련 장비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항온항습기에 연결된 공기주입 펌프에 이상이 생겨 서버가 과열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심평원은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를 대비해 예비용 냉각장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작동을 하지 않아 이를 해결할 때까지 관련된 서버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심평원은 지난해 11월 22일, 원주이전을 마친 ICT센터에 대해서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지 않도록 기반시설을 이중화하고 환경을 고려한 그린ICT(친환경 저탄소형 IT 기술)센터로 설계됐다”면서 “895㎡(약 271평) 공간에 Rack 기준 225대가 설치될 수 있고, 데이터 스토리지가 약 1843TB에 달하며 네트워크 829대, 보안장비 57대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 장비를 토대로 심평원은 연간 14억건의 진료비를 심사하며 그 금액만 62조원에 달한다.
심평원 ICT센터는 현재 각종 수가, 약가, 치료재료, 인력장비 등의 병의원 관련 정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훈공단과 네트워크 연계를 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자동차보험심사와 관련하여 보험회사 등과 정보연계를 하고 있다. '보건의료자원 통합신고포털'을 이용하여 보건의료자원 신고일원화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 복지부와도 정보를 연계, 융합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모든 진료정보가 심평원 ICT센터에 보관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하고 정보가 집중되다 보니 사이버해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24시간 상시 모니터링과 사이버위기 대응을 위해 매년 악성메일 및 디도스(DDoS) 공격 대응훈련, 재해복구(DR)훈련 등을 통해 직원들의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고 평소에 설명해 왔다.
그런데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장담하던 일이 벌어지고만 것이다. 이중의 장비를 갖추어서 하나가 문제가 생겨도 바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우연히도 두개의 장비가 모두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진 등의 재해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경우를 대비해 안산에 재해복구시스템을 마련해 둬 3시간 정도면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던 것도 가능한 것이지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이번 사태로 인한 불편은 청구오류점검서비스의 점검 기간을 연장하거나 심평원 업무 관련 제출 기한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하지만 당시 DUR이 작동하지 않아서 DUR을 거치지 않고 나간 처방이 삭감되거나 DUR 미확인 환자의 의약품 병용 금기, 처방량 초과 등이 발생한다면 병의원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다. 심지어 상황이 발생하여도 치협 등의 유관기관에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고, 심평원 데이터를 이용하는 병의원이나 기관에서는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 깜깜한 밤을 영문도 모르고 지새우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일은 별일 아닌 단순한 장애라고 판단하고 넘어 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 파급효과가 너무도 크고, 평소 완벽함과 철저한 준비성을 강조한 곳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안이한 대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정보를 기반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자신할 수 없으며, DUR 등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시스템이 많은 현실에서 그저 처분만 바라고 시키는 대로 하는 병의원은 깜깜하고 답답한 밤이 계속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