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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북핵 위기, 의료인의 운명은 어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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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북핵으로 긴장상태가 고조된 요즘, 작가 황석영의 ‘한씨연대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소설 속 주인공 한영덕은 6·25전쟁 전 평양의전과 교토대를 졸업하고 모교에 재직하던 산부인과 교수였다. 전쟁이 터지자 성격이 올곧고 초연한 그는 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무군관 차출에서 제외된다. 동료 교수 서학준의 잠적을 묵인했다는 이유로 사형 위기에 몰린다(서학준은 남하하여 수도육군병원의 군의관이 된다).

천신만고 끝에 홀로 피란한 그는 아들을 찾으려고 미군부대를 배회하다가 간첩으로 오인돼 고초를 겪는다. 납북된 경찰관 미망인과 재혼도 하고 호구지책으로 무면허 업자와 동업하지만 양심적인 의술 이외에는 융통성도 없고 현실타협을 못한다. 치과의사도 연루된 주변인들의 고발에 의료법 위반을 빌미로 정보대에 구금된다. 집행유예로 나오지만 고용의사로 떠돌다가 알코올에 중독되어 적산가옥에서 독거노인으로 마지막을 고한다.
평의전 동창회에서 주인공이 선배와 설전하다가 내뱉는 자조적 절규는 당시 의술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난… 의술이란 걸 대단하게 여기지 않습네다. 요즘 누구레 책임감을 갖구 재세할래는 마음으루 진료에 임하갔습네까. 모두 돈 벌자구 배운 기술루 생각하지 않습네까….” “옳시다. 의술에 사명감 어쩌구 하던 시대는 개화기 때 얘기야요.”

이 소설은 북한의사가 남한에 와서 겪는 생사고락을 서술했는데 만약 남한이 베트남화 되면 남한의사들은 어떻게 될까. 통찰해 보면 알 수 있다. 전쟁 시 그들의 소행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 폴포트 주동의 크메르 루즈가 캄보디아를 함락했을 때 농민이 지배하는 사회주의를 건설한다고 무자비 학살로 1970년 당시 의사 800명 중 40명만이 생존했다. 전쟁이 터지거나 공산화 되면 의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인력과 물자가 없으므로 소임도 끝난다. 의술 이외 아는 게 없으므로 자존·생존능력도 떨어진다. 국가 생사의 기로에서 진보·보수타령은 헛것이다. 내가 살아야 가족도 환자도 있고 돈도 의미가 있다.

북한에 대한 대화와 인도주의도 힘의 우위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치과계도 통일치의학회도 출범하고 남북치의학교류협회도 있지만 위기감이 위중한 때 역할이 의문시된다. 우리가 핵 인질이 된 상태에서 선심은 비굴해지고 만용이 된다. 우리 체제로 통일돼야 베풂도 뜻이 있다. 그런 면에서 독일의 통일은 부럽기도 하고 불가사의한 면이 있다. 동독이 1989년 헝가리·체코·폴란드에서 휴가 중이던 동독인의 해외 집단탈출이 잇따르고 평화시위를 유발하자 해외여행규정을 손보기 시작했다. 초안 작성 후 대변인이 선포했고 외국기자가 “여행 개방한다”를 “국경 개방”으로 번역했다. 그러자 군중이 몰려 장벽은 무너졌다. 과정은 급속도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와는 장기적이고 다른 사회·경제적, 역사적 교류가 있었다.

우리는 힘들다. 역사적으로 타협과 평화에 의한 통일전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북차이가 엄청 벌어지고 민족성 탓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인류역사가 그렇다. 미국도 내전을 겪지 않았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무색해지고 요원한 지금은 자중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이스라엘 식으로 적극 공략해 군비도 늘리고 여성입대도 필수고 일본식 대피훈련을 하고 핵무장을 하든가 아니면 굴복당해야 결판난다.

지금 국민들은 말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아니 무감각해지는 중이다. 관리들도 엇박자중이다. 미 국방장관은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여러분도, 나도 말할 수 없다. 미 육군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은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누가 임진왜란 때의 김성일이고 황윤길 역인지 짐작이 간다. 율곡의 십만양병설을 본받자는 정치가도 없다. 있다 해도 큰 공감을 못 얻을 분위기다. “미군 군속이 대피 중”이라는 거짓 카톡이 오가고 아름아름 대피소를 알아보고 생존배낭들을 준비하고 있다. 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대통령의 신뢰할 수 있는 확고한 내외 정책이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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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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