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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멋과 낭만(浪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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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376)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을 생각하면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고 행사를 위해 오랫동안 서있었던 기억 그리고 선생님들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듯하다. ‘스승의 날’이 교사들에게 가장 괴로운 날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영란법’은 학생이 강의하는 선생에게 캔커피 하나를 주는 것도 막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무료강연을 제외하고 학교 당국에 사전 신고를 하는데 가장 곤란한 것이 강연료를 적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서는 성의껏 준비하고 강의 끝나면 마음을 담아서 강연료를 주고받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사전에 얼마 줄 것인지를 묻고 미리 적을 것을 강요한다. 한마디로 모양 빠지는 일이다. 연자가 전화해서 얼마 줄 것을 묻는 것은 우리 전통적 관습과 거리가 멀다.

조선시대 서민 교육기관으로 서당이 있었다. 서당은 원래 정해진 학비가 없다. 부모님들이 훈장선생님 문 앞에 각자 성의껏 놓고 갔다. 보리쌀이든 홍시든 놓인 것을 받기 때문에 누가 놓고 간 것인지도 몰랐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아이 부모는 많이 놓고 가고 어려운 이는 어려운 대로 성의를 표하면 되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방법으로 선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었고 멋과 낭만이 있었다. 김영란법이 필자의 멋과 낭만을 침해하고 들어오는 것에 심히 마음이 불편하다. 

세월은 멋과 낭만의 개념도 바꾸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외모에서 멋을 찾는다. 여자들은 압구정 얼굴을 선호하고 남자들은 보디빌딩으로 초콜릿 복근을 만들기 위해 성형까지 한다. 심지어 키가 작으면 루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진정한 멋을 모르는 탓이다.

멋은 ‘무엇’에서부터 시작된 말이다. ‘멋있다’는 ‘무엇인가 있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한 사람 내면에 그 무엇이 있음을 의미한다. 각자가 지닌 사상이나 철학 혹은 낭만이 될 수도 있다. 타인과 구별될 수 있는 그 사람만의 향기를 멋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철학에 운치를 가미하면 품격과 세련미가 나타난다. 이것이 진정한 멋이다.

지금은 병석에 있는 모 재벌 회장님의 커피값은 100만원이라는 풍문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나면 찻잔 밑에 1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놓고 나오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돈의 액수 문제가 아니고 자신의 회사에서 커피숍까지 운영한 모 항공사의 갑질 오너가와 상반되는 모습은 멋과 낭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지 말라. 1만석 이상은 사회에 환원하라. 사방 백리 안에서는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는 경주 최부자집의 가훈은 부자를 넘어 철학에 멋과 낭만이 느껴져서 좋다. 

멋과 달리 낭만(浪漫)은 동양의 정서는 아니다. 낭만은 로망(Roman)이라는 프랑스어에서 시작되었다. 문학과 예술의 ‘낭만주의’와 같이 들어온 정서이다. 현실에 얽매이지 않으며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정서나 심리를 의미한다. 하지만 낭만주의가 형식과 틀에 얽매인 고전주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듯이 낭만은 자유에 대한 열정과 기존 형식에 대한 저항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멋은 자신 내면의 세계가 세상을 포용하는 것이라면 낭만은 자신을 통하여 세상에 변화를 주려는 열정적 사상이라 할 수 있다. 한 방울의 낙수가 바위에 구멍을 낼 수 없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한 방울이 되는 것이 낭만이다.

세상이 금전만능주의로 가고 수입우선주의에 과잉 서비스주의로 흘러가는 의료계 현실 속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멋과 낭만을 지닌 분들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보디빌딩으로 공들여 만든 근육형 가슴과 초콜릿 복근을 멋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이 진정한 멋은 자신 내면의 정신과 사상, 철학에서 나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부의 축적을 목적으로 의료를 수단으로 생각하며 온갖 방법을 동원할수록 점점 여유를 잃어가는 것은 의사로서 멋과 낭만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오늘 제자들로부터 꽃바구니를 받았다. 스승의 날 형식에 매여서 보냈다면 김영란법 위반이지만, 김영란법이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보냈다면 낭만이다. 멋과 낭만에는 형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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