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응급의료 종사자의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의 진료를 방해하다 기소된 환자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법률이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을 위반하고 있으며, 과잉금지 원칙 또한 담고 있지 못하다는 게 환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는 제재할 필요성이 큰 반면, 그 방해행위의 유형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 유형들을 법률에 일일이 구체적이고 확정적으로 열거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폭행과 협박, 위계, 위력을 나열한 뒤 그 밖의 방법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사용해 방해행위의 대상을 폭넓게 규정한 것”이라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는 만큼, 명확성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행위는 이미 정당한 자기결정권을 넘어선 것이므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은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적합한 수단”이라며 “형벌 이외의 다른 제재수단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과중한 처벌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