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에 대한 면허를 박탈하는 소위 ‘의사면허 취소법’에 의료계가 분노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물론 서울 치·의·한 3개 의사단체는 곧바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오는 3월 치협 회장단 선거에 입후보한 최치원, 장재완, 김민겸(기호 순) 회장 후보자들도 연일 성명을 쏟아내며 치협 집행부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20년 개정안 발의 시점부터 의료계 반발
지난 2020년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치과의사 등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의료법 제8조 제4호를 개정, △금고 이상의 형(刑)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復權)되지 아니한 사람 등 조항을 신설하는 등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2월 고영인 의원 또한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기존 발의된 개정안에 더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결격사유에 포함했다. 다만,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제외했다.
현행 의사 등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는 정신질환자, 먀약사범,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에 한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지난 2021년 2월 26일 법사위에서 결국 계류된 바 있다.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김민겸·이하 서울지부)는 당시 이사회에서 “의료인 면허박탈 과잉입법 즉각 중단하라”는 대 정부 및 국회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현재 간호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묶여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된 상태다. 이에 지난 13일 서울지부는 성명을 내고 “앞으로 치과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은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 등에 뒤따르는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상적인 삶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라며 “단순히 의료인이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유로 사회·경제적 활동에서 배제하는 것은 개인의 생존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과잉규제다. 이 법안은 의료인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될 수 있지만, 음주 수술로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는 면허 취소 사유에서 배제하고 있어 ‘수단의 적합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지부와 서울시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는 공동성명에서 “업무와 무관한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금고형 이상 형사처벌 및 이에 대한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만으로도 의료인을 면허 취소에 이르게 하는 본 개정안은 명백한 과잉규제다”며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범죄에 대해 면허결격사유로 규정하거나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동 법안에 대해, 우리 의료인들은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법사위 계류 1년, 치협 뭐했나?
지난 13일 치협 박태근 회장은 국회 앞에서 관련 개정안 입법화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삭발을 단행했다. 박태근 회장은 성명에서 “치협은 부당한 입법절차를 즉시 철회하고 재논의해 국민과 의료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의료인을 탄압하면서 어떻게 국민건강을 수호하려 하는가? 정부와 국회는 국민건강 수호와 국가의료기술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들의 탄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치협 회장단 선거를 앞두고 있는 치과계는 각 후보 진영을 중심으로 관련 개정안 국회 본회의 직회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치협 박태근 회장은 뒤늦은 삭발투혼으로 입법 반대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지만, ‘늑장 대응’, ‘국면 전환용 정치쇼’라는 비판이다.
치협 회장단 선거에 나선 기호1번 최치원 후보 측은 “면허취소법 본회의 상정까지 박태근 회장은 일언반구도 없더니 ‘뒷북 삭발’로 협회장 선거를 위한 정치쇼를 벌여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며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후 박태근 회장이 국회와 의협 집행부 등과 수차례 접촉과 교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공청회나 면허취소법 반대 행보와 관련된 기사 한 줄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까지 국회에 가서 무엇을 하였는가? 의협과 무엇을 공조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기호3번 장재완 후보 측 또한 “협회비 횡령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박태근 회장이 선거를 앞두고 국면 전환용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며 “삭발이라는 면피쇼를 통해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라는 중차대한 치과의사 생존권의 위기에 사전에 대응하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한다”고 밝혔다.
기호4번 김민겸 후보 측은 “지난 1년여간 법사위에 계류되고 의협 회장이 삭발투혼을 하며 싸우고 있는 동안 과연 치협은 무엇을 했는가? 치협의 법제 및 대관 기능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라며 “이번 법안은 ‘의료인 면허 박탈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과잉입법으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