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캠(CAD/CAM), 인트라 오랄 스캐너(Intra Oral Scanner), 3D 프린터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기술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디지털 장비의 도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전시회는 물론, 대한치과기공사협회 치과기공기자재 전시회만 보더라도 디지털 장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확실하다.
문제는 고가의 디지털 장비를 무리하게 도입함으로써 치과기공소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지나친 과열양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장비의 도입이 계획 하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라는 막연한 위기의식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는 것.
한 치과기공소 대표는 “캐드캠 등의 디지털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는 반드시 기공사의 손을 거쳐야 한다.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으나 최종 기술이 부족해 도태된 치과기공소도 부지기수”라고 디지털 장비의 의존도가 크지 않음을 피력했다.
“구입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항변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다른 기공소 대표는 “디지털 장비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많은 치과기공소가 장비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 방식을 고집할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대다수 치과기공사들은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된다 하더라도 치과기공사들의 입지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장비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장비를 다루는 기술 자체가 치과기공사들의 손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이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급격한 디지털장비 도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치과기공사들의 절반 이상이 캐드캠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장비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내 기공계의 모습은 조금 아이러니하다. 한 치과기공소 대표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디지털 장비 도입에 나서는 것보다는 장비에 영향을 받지 않은 기공 기술습득과 연구를 통한 보철 제작법 개발 등 특화된 기술 보유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영선 기자/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