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불상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시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즉 옆에서 허리의 굽은 정도를 보면 시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은 허리가 활처럼 펴져서 뒤쪽으로 젖혀져 있다. 고려시대 불상은 허리가 반듯하게 펴져있는 정도이고 조선시대에 오면 허리가 굽어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불상을 전각 중앙에 모셨다. 불전은 곧 붓다의 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당 내에서는 큰 스님 등 높은 품계의 스님 외에는 예불을 드릴 수 없었다. 따라서 신도들은 불전 마당 건너편에 있는 만세루나 다른 전각에서 예불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상의 시선도 먼 곳을 향해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전란이 많았던 고려에 와서는 표현의 미숙이 보인다. 다소 산만하고 신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도한 양식적 표현만이 나타난다. 그러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찰 경제가 어려워지자 많은 신도를 끌어들이기 위해 불단을 불전의 후면으로 옮기고 신도들을 불당으로 들어오게 한다. 이렇게 되자 불상의 시선이 좁은 불당 안에서 신도들과 마주치기 위해 자연히 허리를 앞으로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개를 숙이는 것은
무령왕릉과 황남대총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지루하고 따분한 장소이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역사적 유적지에 스토리텔링을 곁들이면 오싹한 느낌을 주는 무덤도 흥미로운 관광지가 될 수 있고 역사를 음미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무령왕릉 어금니 한 개의 비밀’과 ‘60대 남성과 15세 여성의 비극적인 사랑?’은 역사 스페셜 7: 종이로 만든 보물창고(효형출판, 2004)와 한국사 미스터리(황금부엉이, 2004) 차례에 나오는 제목이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이지만 두 이야기의 중심에는 치아가 있다.공주 무령왕릉과 경주 황남대총의 공통점은 치아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무령왕릉에서는 다른 유골은 없고 오직 치아 한 개만이 수습되었고, 황남대총에서는 인골 조각 20여개와 치아 28개가 발굴되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령왕릉에서 나온 치아는 공주박물관에서 가면 볼 수 있지만, 황남대총의 치아들은 봉안함에 넣은 후 무덤에 다시 파묻혀서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없다. 다만 이한수 동서치학견문기(현암사, 1977)에서 황남대총의 치아들을 조사한 사람이 2012년 작고하신 김규택 선생님이라고 언급된 것이 유일한 단서이다. 1971년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치아의 주
관할이라는 것은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통제하거나 지배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그 일을 처리해 주어야 하는 의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도둑이 들면 서로 골치 아픈 일을 하지 않기 위해 관할싸움을 하면서 경찰관들이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미룬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에는 경찰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진료에 집중하기도 힘든데 여러 가지 행정적인 판단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보장보험인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업재해보험이 서로 자기가 책임지는 부분이 아니라고 하면서 “나의 소관이 아니니 저쪽에 가서 알아보슈”라고 한다면 환자들은 난감해 할 것이고, 진료하는 원장도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산업재해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던 근로자가 산재요양이 종결된 이후의 후유장애를 건강보험으로 치료한 데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당이득금이라며 징수 처분을 내리자 이를 취소하라는 의견표명을 내놨다. 2006년 근로자 박모씨는 작업 중 무
주말 오후, 오랜만에 자리 잡고 TV를 켜보니 가요 프로그램 아니면 예능 프로그램이다. 가요 프로그램은 가창력이 키워드로 자리 잡았고, 예능 프로그램은 젊고 예쁜 아이돌을 대거 투입하다가 학령전 아동들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이제는 아기들의 잔치가 되어버렸다. 아기, 동물들이 점령한 주말 예능은 웃음을 잃어버린 고령화된 우리나라 기성세대의 마른수건 쥐어짜기와도 같은 극단의 웃음소재가 되어버린 듯하다. 마치 애완동물과 손주의 재롱을 바라보는 것 같으니 말이다. 또한, 의료인들도 과감하게 가운을 벗어던지고 예능에 몸을 던지는 이들도 많이 생겨났다. 청진기 대신에 주방기구나 농기구를 들고 몸 개그도 마다하지 않는 걸 보면 신뢰의 아이콘이었던 직업군이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의 대명사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 반면에 의학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종편에서 끝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수려한 외모에 말도 잘하는 그들은 만병을 통치할 수 있는 절대적인 능력자, ‘의느님’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을 따라다니는 반대급부의 수식어가 새로 생겨났으니,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쇼(show)닥터’ 혹은 ‘닥터테이너’다.필자는 여러 학회의 공보이사를 맡고 있어, 다양한 경로로 방송 프로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중 국내 첫 메르스 감염 환자를 치료한 의사가 포함되었다고 발표했으며, 국내 의료진 중 메르스에 감염된 첫 사례가 되었다고 확인해 주었다.의심환자로 분류된 간호사 1명은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염된 환자를 최일선에서 진료하는 의료진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방역당국에서 적절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불안해하고 있다.의료진이 감염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감염의 가능성에서 의료진이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플루의 경우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경우에서 국민들이 그런 감염환자가 많이 있는 병원이나 감염성환자가 방문했다고 하는 병원을 기피하는 것은 감염의 기회가 높아지니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의료진도 가족들이 있어서 병원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의 가족이요, 이웃에 있는 평범한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런 접촉에 의해서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바이러스에 의해서 WHO는 세계공중보건비상
지난 3월 서울지부 총회에서는 회비면제 연령 상향조정(65세에서 70세로) 세칙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여기에 ‘다만, 기존 면제자가 회비를 미납할 경우 회원권리 정지를 유예한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기존 면제자는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일견 배려의 차원으로 보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선 자존심을 건드리는 대목이다. 안성모 전 협회장의 이 부분에 대한 발언은 눈길을 끌었다. 기존 면제자가 모두 70세 이상이 되는 5년 후에는 세칙의 단서조항을 다시 삭제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리고 장(章), 관(款), 항(項)의 세칙 개정은 굳이 총회에 올리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母法(협회규정)준수가 정석이고 관행인데 거꾸로 구회에서 올라온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구회 자체 사정에 맞게 알아서 70세로 조정하면 될 터인데 용기가 부족하니 서울지부로 결정을 미룬다는 의미로 들렸다. 고령화사회에서 연령상향을 당연시하고 원로들이 돈 문제 언급을 꺼리는 풍토에서 총대 맨 그의 강한 어조의 발언은(대놓고 반대는 하지 않지만 웬지 탐탁해 하지 않는) 원로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결국 부의장의 중재로 단서조항 문구를 변경하는 조건으로 통과
지난 4월 25일에 있었던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또 다시 협회장 직선제에 대한 투표가 있었다. 결과는 정관개정 요건인 2/3에 20표가 부족하여 부결되었다. 사실 직선제에 대한 회원들의 민의는 이미 지난해 4월에 있었던 설문조사로 확인되었다. 설문 응답자의 64.8%가 직선제를 원하였다. 그럼에도 이같은 회원들의 민의를 무시하고 직선제에 반대표를 던진 대의원은 지난해 68명에서 올해 79명으로 늘었다. 치협이 대의원총회를 하는 것은 대의원들의 의견을 묻고자 함이 아니다. 대의원(代議員)이라는 말은 ‘대신하여 토론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치협이 총회를 대의원총회로 대신하는 것은 3만명에 육박하는 치과의사들을 한 장소에 모아서 회의를 할 수 없으므로, 이들을 대신하여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말할 수 있는 대의원만 불러서 회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반대표를 던진 79명의 대위원이 대표하여 나온 지부의 회원들은 정말로 직선제를 반대하였을까? 아니면 그 79명은 자신들을 대의원(大義員)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지난해 치협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가 신뢰도에 문제가 있단 말인가?이번 총회에서 더욱 황당한 것은 대의원들의 토론 쟁점이다. 직선제로 할
4월말에 열린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협회장 직선제 개정안이 부결되었다. 찬성 101명, 반대 79명, 기권 2명으로 정관개정의 요건인 2/3 찬성에는 20여표가 모자랐다. 하지만 직선제 자체를 부결시킨 것이라기보다 투표결과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를 해야 한다는 등 투표방법에 대한 이견이 많았고,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된다는 대의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조금 더 신중히 접근하고 올해 총회에 부각되었던 문제점들을 해결하면 내년에는 직선제 정관개정안은 쉽게 통과될 것 같다.하지만 필자가 누차 주장했듯이 직선제 정관개정은 젊은 회원들의 열망이기도 하고, 명분이 있으며, 대세이긴 하지만 전회원에게 돌려주는 선거권을 얼마만큼 협회의 축제로 승화시켜 투표율을 높이느냐는 협회의 몫이다. 지난해 선거인단제처럼 유권자 수를 대폭 늘렸음에도 거의 대부분이 참여해 선거가 축제같이 치러졌음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과연 직선제로 선거를 치를 때 대다수의 회원이 투표에 참여해서 우리의 축제로 만들 수 있을까? 상당수의 회원이 협회장, 또는 회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선거인단으로 발탁되면 누굴 찍어야 할지, 누가 어떤지 공부도 하게 된
소통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이 서로 통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고 할 때, 소통능력은 인간으로서 가장 필수적인 것이다.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 글, 표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람과도 소통하지만, 사람들의 모임인 공동체와도 소통하고, 조직과도 소통하고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와도 소통하며 산다. 우리는 매일 생활 속에서 직원이나 환자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 체험하면서 산다. 좋은 의도로 행동했던 일들도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켜 나중엔 되돌릴 수 없는 사태로 전개되는 것들을 많이 본다. ‘학교에서 우등생이 사회에선 열등생이 된다’는 선배들의 말은 소통능력의 차이가 성공과 직결된다는 말일 것이다. 타인을 향한 공감과 배려의 마음이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신뢰가 형성되어 성공에 이르게 한다는 말일 것이다. 소통은 자신이 가진 정보를 자신의 외부에 대해서 발신하고 타인의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다.소통은 양방향이다. 한 방향으로만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개인과의 소통도 시간을 내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단체와의 소통은 내부소통 외
강석규 호서대학교 명예총장의 이야기와 함께 노후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한다.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고, 인정받았고, 65세에 명예롭고 당당하게 정년퇴직했다. 그런데 30년이 지나 얼마 전 95세 생일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년퇴직하면서 이제 다 살았다 생각하고 고통 없는 죽음만을 기다리며 허비한 30년이란 세월이 너무나 아까워서였다고 한다. 퇴직할 때 30년이란 세월이 더 남았음을 알았더라면 지난 30년을 그렇게 덤으로 사는 인생으로 보내진 않았을 거란 얘기다. 그는 아직 정신도 또렷하고 얼마를 더 살지도 모를 일이다. 또 10년 후 맞이할 105세 생일에 10년 전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치과의사 선배들의 은퇴 후 삶은 어떨까? 치과의사로 사는 삶이 다양하듯이 은퇴 후의 삶도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에 대한 대비는 없었을지라도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이 살아가고 있으리라고 짐작해본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치과의사의 수입이 줄어들었고, 앞으로 좋아지지 않고 점점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후연
2월 말경 금연치료를 받고 싶다며 우리 치과에 전화가 걸려왔다. 금연치료? 어떻게 하는 걸까?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금연치료할 나의 의학적 지식도 병원 시스템도 준비가 안 된 것이다. 비단 우리 치과만 금연치료 준비가 부족한 것일까?지난 2월 25일부터 전국 1만4,000개의 병의원에서 금연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막음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의료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금연치료에 치과병의원도 한축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12주 동안 6차례 이내의 상담과 금연치료 의약품 등에 대해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지원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을 살펴보면, 3월말 현재기준 의과 병의원 의료기관이 약 9,500개소로 가장 신청이 많았으며 이어 치과 병의원이 약 4,500개소로 그 뒤를 잇는다. 치과의 금연치료 신청 요양기관 수는 의과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치과계의 뜨거운 관심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시범사업 시작 1개월이 흘렀다.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보장실에 따르면 그 기간 동
치과의사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여러 종류의 탈(假面)을 착용한다. 남편(부인)탈과 아빠(엄마)탈을 쓰고 하루를 시작한 후, 오전과 오후에는 원장탈로 교체하여 충성 환자부터 진상 환자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을 진료하면서 진폭이 큰 감정 변화를 겪는다. 스트레스 해소 및 정서 치유 등 각자의 목적에 따라 저녁에도 만남의 시간은 계속되며 치과의사에게 주어지는 탈의 종류도 수시로 바뀐다. 손님탈, 수강생탈, 선배 및 후배탈, 친구탈 등등…. 지친 몸을 이끌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긴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착용한 탈에 걸맞은 역할을 하게 되면 칭찬의 박수를 받고 그렇지 못하면 비난의 함성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 끝자락에는 수많은 탈들이 싸여있고, 탈의 종류와 역할에 따라 치과의사 인생의 성적표를 받는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의현재 성적은 몇 점이나 되는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 민초들의 삶이 녹아든 탈은 그 종류가 무척 많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하회탈과 각시탈을 비롯하여 양반과 하인탈, 영감과 할미탈, 백정탈, 파계승탈, 초랭이탈, 총각탈 등이 있다. 각양각색의 탈들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겠느
조선시대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 중에는 임금을 향해 직접 백성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신문고(申聞鼓)와 격쟁(擊錚)이라는 제도가 있었다.신문고는 태종시절 대궐 밖 문루 위에 달았던 북으로 조선시대 민원제기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용빈도가 거의 없어지고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서 연산군 때 폐지되기에 이른다. 그 이후 격쟁이라는 제도가 나타나는데 백성이 궁궐 담장에 올라가거나 대궐 안에 들어가 꽹과리나 징을 울려 임금의 이목을 끈 다음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식이었는데 글을 모르는 평민이나 천민을 위한 소원제도였다.바깥 행차 때도 허용하면서 가장 많은 격쟁을 받아들였던 정조는 사회기강을 위협한다며 신하들이 반대하자 “고할 데 없는 저 불쌍한 백성, 저들은 실로 죄가 없다. 그렇게 만든 자들이 죄인이다”라는 명언을 만든다. 그리고 민원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서 접수 3일 이내에 보고하도록 하였고 필요할 때 어사를 보내 철저히 검증케 했다. 이처럼 소통을 중시했던 정조 때는 격쟁의 처리 건수가 다른 왕 때의 두 세배인 1,300여건에 이른다. 백성들은 격쟁의 확대를 원했지만 대다수 백성들은 지방에 거주했기에 왕을 접할 기회가 적었
분노(忿怒)는 자신의 욕구가 저지당하거나 어떤 일을 강요당했을 때 이에 저항하기 위해 생기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라고 정의한다. 강압적인 군사정권 시대에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분노를 사용했다면, 요즘은 자신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가 충돌하여 쉽게 분노가 표출된다.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남에게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내보이는 증세를 ‘분노조절장애’라고 하는데, 이것에도 역치가 있어 인간관계가 복잡해진 현대사회나 최근 경제적인 침체로 겪는 스트레스, 또한 가정에서 빚어지는 여러 갈등이 사소한 일이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사람을 분노하게 만든다. 근래 들어 뉴스를 보다보면 사소한 일에 일생을 망치고 범죄자가 되어버린 분노조절장애자를 자주 보게 된다. 도로에서 자기 차 앞에 끼어들었다고 위협운전을 하는 사람이나 삼단봉으로 상대방 차의 앞 유리를 깨는 사람, 주차장에서 시비 끝에 서로 주먹질이 오가고 쌍방폭행으로 경찰서 신세지는 일은 이제 뉴스가 아닌 우리 주변에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흉기를 들고 나와 폭행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일렬주차가 허용되는 곳이다. 딱히 주차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주민들끼리 암
경기가 어렵다고 하고 자영업은 몰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과당경쟁 상황에 만성화된 내수부진,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빵집 등)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수는 취업자 수의 27.4%에 해당하는 약 711만명이면서 최저 임금 미만 수입 자영업자수는 1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1,200조 중에서 자영업자의 부채가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자영업의 몰락은 구멍 난 안전망과 전체 가계소득을 하향화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여러 가지 의견들 중에서 흥미 있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자영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가지고 돌파구를 찾으려하면 그물망처럼 촘촘히 얽혀있는 규제가 많아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기도 어렵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규제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게 하는 자료는 ‘경제적 규제’라고 해서 자영업을 옥죄는 규제의 숫자가 2008년 3,900여 개에서 2014년 5,000여 개로 늘었다고 한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있고 정책을 입안하거나 규정을 변경할 때 규제에 대한 심사를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점점 늘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