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NTRO
치과대학 재학 시절 치과보존학, 소아치과학 실습 수업에서 발치된 치아를 선배들로부터 구해 프렙 연습을 하던 기억은 필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치과의사가 공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환경부는 이러한 발치 치아 재활용이 폐기물관리법 제13조의2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환경부 자원재활용과는 발치된 치아가 의료폐기물에 해당해 이에 대한 재활용이 금지된다는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이미 치과대학교 실습에 활용되어 오고 있고, 발치된 치아를 골이식재 등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오고 있었으며, 외국에서는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하루 빨리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발치된 치아의 법적 지위에 관해 관련 법령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발치된 치아는 무조건 폐기물인지
필자는 ‘의료폐기물’도 폐기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므로, 폐기를 하지 않고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한 경우(가령 수업 등에서의 활용)에는 ‘폐기물’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체조직법」이나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등에서 장기나 조직을 기증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도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한 물질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폐기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가치아 유래 골 이식재’가 허용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최근 치과의사회관에서 진행된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공무원은 발치된 치아도 폐기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발치된 치아에 관한 환경부의 해석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폐기물 관리법
1. 폐기물관리법 제2조 제5호, 동법 시행령 제4조, 별표2 중 발치된 치아는 조직물류폐기물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치아는 ‘인체 또는 동물의 조직·장기·기관·신체의 일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폐기물관리법] 1. “폐기물”이란 쓰레기, 연소재(燃燒滓), 오니(汚泥), 폐유(廢油), 폐산(廢酸), 폐알칼리 및 동물의 사체(死體)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말한다.
5. “의료폐기물”이란 보건ㆍ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ㆍ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인체 조직 등 적출물(摘出物), 실험 동물의 사체 등 보건ㆍ환경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별표2] 의료폐기물의 종류(제4조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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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료폐기물의 원칙적 재활용 금지
폐기물관리법 제13조의2 제2항 제3호, 동법 시행규칙 제14조의3은 태반을 제외한 의료폐기물의 재활용을 금지하고 있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동법 제66조).
[폐기물관리법]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폐기물은 재활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한다.
제66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2007. 8. 3., 2010. 7. 23., 2014. 1. 21., 2015. 1. 20., 2015. 7. 20., 2017. 4. 18., 2019. 4. 16., 2019. 11. 26., 2021. 1. 5.>
1. 제13조 또는 제13조의2를 위반하여 폐기물을 처리한 자(제65조제1호의 경우는 제외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1. 재활용이 금지되는 폐기물 |
■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약칭: 인체조직법)
1. 발치된 치아는 인체조직법상의 인체조직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치의학 교육 목적으로 인체조직으로 기증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인체조직법]
1. “인체조직”이라 함은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호에 따른 장기 등에 속하지 아니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하 “조직”이라 한다)을 말한다.
[인체조직법 시행령] |
■ 시사점
의료폐기물도 ‘폐기물’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만약 발치된 치아가 교육이나 산업계의 요청에 의해 활용이 가능하고, 실제 활용하는 경우에는 의료폐기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자기 치아의 재활용은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인 치아의 재활용을 ‘폐기물관리법’의 관점상으로는 차별해 대우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발치된 치아에 대한 감염병 차단을 위한 처치 기술도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임상 및 교육 현장에서 발치된 치아를 둘러싼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거나 적어도 환경부에서 발치된 치아의 감염 가능성을 제거한 것을 전제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지침이나 해석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