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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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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1

2002년 4월 30일 어미 애니가 복부파열로 숨진 후 생후 일주일 만에 급히 유모견을 구하러 다녔다. 다행히 아는 미용실에 시추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시추의 오줌을 묻힌 애니 새끼들을 시추가족의 우리에 집어넣었다. 시추는 자기 자식인줄 알고 애니 새끼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시추 유모견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어미가 죽은 줄도 모르고 악착같이 시추강아지 틈에서 젖을 빨아 대던 애니의 새끼 애니2와 유리는 살아야 된다는 본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었다.


시추 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애니 새끼들이 눈을 떴다는 것이다. “애기들이 살려는 욕구가 강한가 봐요. 젖꼭지를 저렇게 물고 놓지 않아요” 미장원 주인의 말이었다. 나는 내 자식 맡긴 것처럼 고마움에 깊이 머리 숙여 몇 번이고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또 2주가 흘렀다. 10cm이던 애니 새끼들이 25cm로 몰라보게 커져 있었다. 가끔 둘이서 장난도 치고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사람의 움직임도 응시하고, 귀여운 목소리로 짖기까지 한다.


6월 1일 애니 새끼들이 젖동냥을 간지 꼭 한 달 만에 애니2와 유리는 엄마가 젖을 먹이던 그 애달픈 정이 깃든 우리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두 마리는 낯설은 듯 둘이서 꼭 붙어서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초유를 종지에 깔리듯 주어보았다. 배가 고팠던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애니2와 유리는 나와 아내를 자신의 보호자로 여기고 가는 곳마다 걷지도 못하는 발걸음으로 뒤뚱거리며 따라다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초유를 먹인지 한 달, 애니2와 유리는 털에서 윤기가 흐르고 몸도 포동포동해지고, 오라고 손짓하면 뒤뚱거리며 나의 무릎에 올라온다.


이제는 서투른 것이 나마 깡충 뛰기까지 하고 보는 눈초리도 정확히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내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문간까지 달려와 나동그라지고 또 짖는다. 어미 애니의 모습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하는 이놈들, 행동까지도 어미와 꼭 빼닮았다. 조금씩 입주위에 늘어지는 갈기, 점점 은회색으로 변하는 등, 내가 방으로 들어가면 앞서 들어가 침대에 올려달라고 두발을 드는 모습은 죽은 애니가 다시 환생한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병났을 경우를 대비해서 집에서 가까운 동물병원을 정하고 갖가지 예방주사를 맞기 시작하였다. 애니2는 몸집이 어미를 닮아 크고, 유리는 행동하는 모습과 털 색깔과 식습관, 성격이 어미를 닮았다. 애니2와 유리는 어미의 몫까지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내 자식이며 우리집의 보물로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사랑과 무소유의 애교덩어리 애니2와 유리. 꿈에 나타나면서까지 새끼의 걱정을 하던 어미 애니의 소망은 지금 내 곁에서 잠들어있는 애니2와 유리의 행복한 모습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애니2와 유리는 항상 그렇게 지내며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라이벌의식 마저 있어 영역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큰놈의 영역은 안방과 침대 그리고 내 무릎이다. 작은 놈이 흘깃거리며 나에게로 다가올 양이면 큰놈은 으레 길목을 막아서며 낮은 공격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는 내 무릎이 마치 자기 것인 양 올라와 느긋이 앉는다. 그러나 부엌과 거실 그리고 아내의 무릎은 작은놈의 영역이다. 큰놈이 부엌 쪽으로 뭐 먹을 것이 있나 기웃거리면 어느 곳에서 달려 나오는지 작은놈이 잽싸게 달려 나와 큰놈의 길목을 막아선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자기네끼리는 눈에 보이지 않은 영역의 경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영역은 잠잘 시간이 오면 자연스레 없어지는 것이다.


정각 10시가 되면 작은놈은 어슬렁거리며 안방 침대 위로 올라온다. 그때는 큰놈도 작은놈의 잠자리를 인정한다. 아무리 조그만 강아지지만 그들의 무언의 약속은 철두철미하게 지켜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영역을 넘어 남을 해치면서까지도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데. 그러나 이 작은 생명은 우리 인간보다 그런 면에서 낫다. 둘을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가면 지나가는 강아지들은 혼비백산 달아나고 만다. 비록 체격은 작으나 작은 유리의 악착같은 공격성은 기어이 다른 강아지들을 쫓아내고 뒤이어 큰 애니의 공격이 시작되면 동네 어느 강아지도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나고 마는 것이다. 애니2와 유리는 우리 동네 골목대장이고 태그매치 챔피온이다. 가늘고 긴 황금털이 치렁거리는 유리 잿빛의 굵고 구불구불한 털을 가진 애니2 두 마리의 강아지들은 동네를 설치고 다닌다. 엄마 애니에게서 배운 교훈덕분에 먹는 것이나, 피부병에 각별히 주의를 하고 때마다 맞히는 예방주사는 자매의 건강을 생각하여 잊지 않았다. 어디 나들이를 갈 때면 엄마의 “어야가자!”라는 말 한마디에 이글루처럼 생긴 휴대용 가방 속으로 잽싸게 들어가 어서 가라고 조급히 짖어댄다. 그리고는 가방을 들지 않으면 빨리 나가자고 가방 속을 박박 긁어댄다.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좋아서 낑낑거리며 자신의 즐거움을 들어달라고 짖어댄다. 엄마 애니의 애기들은 거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한번 밖에 나들이하러 나가는 것은 두 놈의 최고의 행복한 순간인 것 같다.


차고에 내려와 자동차 문을 여는 순간 나오려고 발버둥치고 문을 열면 으레 차창으로 뛰어올라 밖에 있는 사람에게 갖은 간섭을 다한다. 지나가는 차에서 경적이라도 울리면 기분 나쁘다고 짖어댄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영역, 큰놈은 내 무릎으로, 작은놈은 운전하는 아내의 무릎으로 가서 이내 코를 골며 잠이 든다. 일전에 양수리 정약용 선생 묘소를 올라간 일이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마리의 애니2와 유리는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려고 목 끈을 묶은 채 달려갔다. 조그만 것이 힘이 얼마나 센지 나도 아내도 둘에게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묘소의 문을 들어서자마자 애니2와 유리는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싸움이 붙었다. 놀러왔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아내는 창피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땅의 영역을 놓고 자매사이에 처절한 싸움이 붙었다. 나는 얼른 두 녀석을 떼어 놓았지만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애니2는 숨만 씨근거리고, 유리는 분해서 낑낑거리며 헉헉거린다. 이제 이 녀석들을 같이 데리고 갈수는 없을 것 같다. 영역 앞에서는 형제도 없는 듯 싶었다.


두 놈을 각자 안고 차로 돌아오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두 놈은 포개서 잠을 잔다. 집으로 돌아온 그날 으레 애니2는 나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파고들고 유리는 왼쪽 겨드랑이에서 잠을 잔다. 얼마를 잤을까, 나도 모르게 살며시 문이 열리며 죽은 애니가 문틈으로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는 이내 침대위로 뛰어올라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엄마 애니는 두 자식을 핥아주며 아빠 고마워요 이렇게 새끼를 잘 키워줘서. 그리고는 침대 위에서 뛰어내려 사라지는 것이었다. 죽어서까지도 새끼를 염려하는 애니, 나는 멍하니 꿈에서 헤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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