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제30대 김철수 집행부의 최대 공약사업 중 하나였던 회비인하가 시행 2년 만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여졌다.
김철수 집행부는 지난 4일 임시이사회에서 21일 대의원총회에 상정될 안건들을 검토했다. 이중 집행부 상정안건으로 △적립금 회계로 산입되는 2019 회계연도 과년도 회비 일반회계 세입 이관의 건 △회비 인하분 환원의 건을 장시간 논의 끝에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대구 EXCO에서 개최되는 제68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 두 가지 집행부 상정안건은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회비 환원 및 과년도 회비 일반회계 편입 건은 치협 집행부가 올 한 해 적자운영이 우려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예산을 증편해달라는 요구인 만큼, 지난해 재선거 이후 지급되고 있는 협회장 상근 급여 문제 등도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어찌됐든 회비 인하분 환원 안건이 통과되면 협회비는 인하 전 금액인 30만원(개원의 기준)으로 환원된다. 또한 과년도 회비 일반회계 세입 이관의 건이 통과될 경우 2018년도 과년도 회비가 일반회계로 편입돼 사업비로 사용된다. 회비 환원 시 발생하는 추가 재원은 약 4~5억원 가량. 역시 과년도 회비 일반회계 편입 시 발생하는 추가 재원도 2018년 기준 4억여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비인하, 2년 만에 깨진 장밋빛 환상
‘과년도 회비 일반회계 세입 이관의 건’은 적립금회계에 산입해 사업비로 지출할 수 없었던 과년도 회비를 올해만 한시적으로 적립금회계가 아닌 일반회계 세입에 편입해 사업비로 사용하겠다는 안건이다.
집행부는 “회원 권익향상 및 불합리한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사업 증가, 예측불가한 사안(소송 관련 자문) 다수 발생, 직원 임금 등 불가피한 고정비용 상승 등으로 재정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제안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2019년 회계연도 당해연도에만 한정해 회비 수입을 일반회계에 편입하고자 한다는 것. 하지만 이 방법도 근본적인 해법이 아닌 올해 재정위기만 해결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편, 2018년 회기의 과년도 회비는 약 4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의 경우 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 교육 시행 등으로 약 18억원이, 2016년에는 약 5억6,000만원의 과년도 회비가 걷힌 것에 비하면 소폭 감소한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과년도 회비가 아닌 직전년도 회비는 곧바로 일반회계에 편성돼 사업비로 쓰이고 있다.
‘과년도 회비 일반회계 세입 이관의 건’과 더불어 역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회비 인하분 환원의 건’은 임기 첫 해에 총회 의결에 따라 회비 10%(3만원)를 인하했던 것을 여러 이유로 환원해달라는 요청이다. 현재 치협은 가입 회원 수 100%로 예산 58억원을 편성하고 있으나, 회비 납부율이 70%대에 그쳐 사실상 41~42억원 가량이 연간 최대 가용 예산이다.
치협 집행부는 “2017년에 회비 10%를 인하했음에도 2018년은 전문의 경과조치 수입 증가, 긴축재정 등으로 적절한 운영을 할 수 있었다”며 “올해 회비 인상 없이는 급변하는 정책변화에 발맞춰 회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뿐더러 사무처 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회비 인하분 3만원을 환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철수 집행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되나?
김철수 회장은 지난 2017년 협회장 선거 당시 핵심 공약으로 협회비 20% 인하를 공언했다. 치열한 3파전으로 전개됐던 선거에서 당시 김철수 회장 후보자는 투표를 불과 일주일 여 앞둔 시점에서 “치협의 소모성 예산 감축, 협회장 상근 급여 반납 등으로 회비 20% 인하를 이루겠다”는 깜짝 공약으로 막판 표심잡기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김철수 회장 후보의 회비 인하 공약은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당선 후 대의원총회에서 회비 10% 인하가 의결됐고 집행부 역시 곧바로 협회비 인하를 단행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임기 첫해인 2017년도에 협회비 10%(3만원)를 인하한 김철수 집행부는 임기 내 추가적인 협회비 인하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오히려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 회비 인하분 환원과 과년도 회비 일반회계 편입 카드를 대의원총회에 상정해 협회 재정에 관한한 사실상 ‘백기투항’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회비납부율 하락, 회비 면제자 증가 등 치협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덜컥 협회비부터 올리겠다는 발상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며 “협회비 미납 회원들에 대한 납부 독려, 협회 살림살이를 더욱 알뜰하게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더 우선되길 바란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학주 기자 new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