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발표한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노조에 따르면 3만6,44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89.5%가 감정노동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폭언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69.2%, 폭행 13%, 성폭력 11.8%,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소진이 심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70.6%로 나타나 심각성이 드러났다. 폭언의 가해자는 환자가 68%로 가장 높았고, 보호자 53.6%, 의사 32.1%, 상급자 20.6% 순으로 조사됐다. 폭행 가해자 또한 환자가 86.6%로 압도적이었으며,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는 환자가 81.2%, 보호자가 19.2%, 의사 9.7%, 상급자 5.6%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동자가 근무도중 겪는 감정노동의 정도 또한 타 산업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도중 ‘나의 감정을 억제하고 일해야 한다’는 응답이 89.5%에 달했고, ‘퇴근 후에도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 있다’는 응답자가 80.2%로 조사됐다. 반면,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53.6%에 그친 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지쳐 있다’는 응답자가 70.6%에 달했다.
한편, 이러한 결과에 대해 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의료기관 내 폭력예방과 대응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8년 10월 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고 2019년 7월 16일부터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같은 법이 의료기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있게 작동할지는 의문”이라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