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해우회’ 여름 봉사활동기

URL복사

필리핀 의료소외계층에 닿은 치과대학생들의 따뜻한 손길

 

치과대학 원내생으로 병원과 학교를 오가는 본과 3학년 시기는 환자를 처음으로 진료하며 치과의사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때이다. 그동안 배워온 많은 술기를 익혀가며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진행하기에 그 어떤 시기보다도 진료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바쁜 일정을 보내다 보면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항상 지니고 있기 어려울 때가 많다. 본과 3학년인 지금, 학교와 병원을 떠나 필리핀에서 보낸 일주일은 내가 하는 행위가 환자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이하 연세치대) 봉사동아리 ‘해우회’는 한 달에 한 번 국내에서 정기진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하계 국외 장기진료를 약 1주일간 진행하는 치과진료 봉사동아리이다. ‘해우회’는 1973년 창단됐다. 초기 바닷가에 파견 나간 공중보건의사들의 봉사모임에서 시작되었기에 바다 해(海), 벗 우(友) 자를 써 이름을 붙였다. 치과진료 봉사동아리로서 역사가 깊은 만큼 연세치대 1기부터 현 49기까지 약 300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현재는 구강악안면외과 김형준 교수님의 지도 하에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여름 ‘해우회’ 진료봉사 지역은 필리핀 나익시, 아미사 무료 진료소(Amisa medical mission)였다. 아미사 무료 진료소는 NGO 단체인 ‘로즈클럽 인터내셔널’에서 2015년에 설립했으며, 매주 화요일 현지 의사와 한국인 한의사가 약 200명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진료소이다. 로즈클럽 인터내셔널 법인 외 경기도의사회, 의료봉사 팀들이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곳이다.

 

‘해우회’는 이곳 아미사 무료진료소에서 7월 15일(월) 오후부터 19일(금) 오전까지 총 8나절 진료를 계획했으며, 치과의사 수퍼바이저 6명(연세치대 19기 문희일 선생님, 20기 양순봉 선생님, 34기 이상현 선생님, 36기 박종인 선생님, 37기 정희수 선생님, 38기 최석민 선생님), 치과대학생 20명, 학생봉사자 1명, 현지 봉사자 20명으로 총 47명이 봉사에 참여했다. 진료 파트는 크게 구강검진(OE), 치주, 보존, 외과 섹터로 구분하여 치과의사들과 치과대학생들이 맡았으며, 접수와 보조의 대부분은 현지 봉사자들이 맡아 진행하였다. 치주 3체어, 발치 7체어, 보존 3체어로 총 13체어를 운영했다.

 

필리핀에 도착한 후 월요일 오후 1시부터 진료를 시작하기로 계획했으나, 현지에 도착해보니 오전 6시부터 약 300명의 환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미사 무료 진료소 지부장님과 현지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이 주변 지역에 포스터 등으로 많은 홍보를 해주신 덕분이었다.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체할 수 없어 진료지 세팅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오전 10시 30분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나익 지역 환자들을 처음 마주한 우리는 구강검진을 하며 큰 난관에 부딪혔다. 환자의 대부분이 복합적인 구강 질병을 갖고 있어 치주, 보존, 외과의 모든 치료를 요하고 있었다. 또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이 많아 현지에서 보존치료 비용이 이들의 두 달 월급에 해당한다며, 대다수의 환자들이 발치를 해야 하는 등 시급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존치료를 원했다. 하지만 밖에서는 수 시간 걸려 이곳까지 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수백 명의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소연(본과 3학년) 회장을 비롯한 학생들은 치과의사 선생님들과 같이 회의를 거쳐 먼 길 온 사람들을 그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기에, 각 환자마다 가장 시급하게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한 부분만 치료하고, 남은 날에 재진을 하도록 권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키로 결정했다. 또한 봉사지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케이스는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로컬 치과로 가서 치료받도록 설득했다.

 

이런 원칙 하에 5일간 진료를 한 결과, 969명의 환자를 구강검진 했으며, 보존(Resin filling)은 142개, 외과(발치) 769개, 치주(Scaling) 348개의 케이스를 치료했다. 또한 첫날에는 150여명의 환자가 기다리다가 치료받지 못하고 돌아갔으나, 둘째 날부터는 치료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을 가장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아, 방문한 모든 환자를 치료했다.

 

 

이번 장기진료 봉사활동에서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은 바로 현지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이었다. 매일 수백 명씩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문진하고 작성하도록 하는 역할, 구강검진 시 필리핀어 통역 보조, 발치할 때 light를 비추고 분비물과 적출물을 치우는 역할, 발치 후 약 처방 시 필리핀어 통역 보조, 대기 환자들을 순서 맞춰서 불러주는 역할 등을 담당하여 진료지의 모든 부분을 채우고 이를 통해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만들어주었다. 이런 수고스러운 역할을 맡으면서도 해우회 회원들에게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며 친절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 봉사를 하러 왔으나 오히려 섬김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진료일에 봉사자들을 한 명 한 명 정성스럽게 구강검진하고 치료를 하여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을 전했다.

 

 

필리핀에서 보낸 일주일간의 시간은 그 어떤 때보다 값진 감정들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복합적인 문제를 갖고있는 환자의 구강 상태를 보며 봉사지에서는 전부 다 치료해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드는 참담함, 환자의 아픔을 다 없애줄 수 없으며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치료하게 되기에 드는 무력감, 평생 한 번도 스케일링을 받지 못한 환자에게 스케일링을 하면서도 정말 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 등 힘든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동시에 치료가 끝난 후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몸을 일으키는 환자를 보며 아직 학생인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술기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씩 의미를 찾아갔다. 또한 능숙하게 진료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수퍼바이저 선생님들을 보면서 손끝의 능력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우리를 찾은 사람들을 절대 빈손으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해우회의 봉사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더욱 정진하여 많은 이들의 삶에 작은 도움의 손길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류승민 학생기자(3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본과3학년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