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밥 그릇을 뺏기고 있는데 너무 안일한 것 아닌가?”
최근 치과계 모 전문지에 ‘턱관절을 이용한 전신치료법’ 수강생 모집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보면 TMD 검사법, 임상적용, 구강 내 균형장치 등 얼핏 요즘 치과계에서 한창 관심이 높은 턱관절 분야의 강연이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치과의사와 의사,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 강연의 연자는 치과의사가 아닌 한의사다. 한의사가 스플린트 등 구강 내 장치를 시술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이 있었음에도 한의계에서는 구강 내 장치를 이용한 교합시술이 횡행하고 있고, 구내염 등의 구강내과 영역을 치과계보다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구강내과를 주 진료영역으로 하고 있는 서울의 한 개원의는 “한의사의 구강 내 장치 시술은 불법으로 명시돼 있고, 몇 해 전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도 관련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안건이 통과된 바 있지만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너무 부족한 상태”라고 한탄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치과계가 영역 지키기에 너무 무관심 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양악수술 등 턱교정수술에 있어 성형외과의 침범을 받고 있는 구강외과의 경우, 개원의협의회 등을 통해 공익광고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성형외과의 막대한 자본에 밀리고 있다. 치과에서의 보톡스 등 미용시술은 의과의 영역을 침범했다며 오히려 줄소송을 당하는 지경에 와있다. 관련 학회에서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치과계 전체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실무진들의 탄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코골이장치는 구강내과와 피부과의 마찰을 빚고 있으며, 치-의-한의계 가릴 것 없이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앞으로 영역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치과계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타 과의 영역침범은 더욱 심각해지고, 국민들의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 모 원장은 “치과 영역에 대해 치과의사를 가르치겠다는 한의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치과의사들은 여전히 관심이 없거나, 행동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치협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