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기재협회(회장 이태훈·이하 치재협)가 치과계 전체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리베이트 쌍벌제와 관련된 공정경쟁규약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가 파문이 일고 있다.
치재협은 지난달 27일 내부 회의를 통해 공정경쟁규약과 세부운용기준을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고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 등 실질적인 사용자 단체와의 의견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 해당 단체들은 당황한 기색이다. 전체 치과계가 ‘불법 네트워크와의 전쟁’에 전념하고 있는 틈을 타 일방적인 ‘날치기’ 시행으로 치과계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규약과 세부운용기준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인데다가 학술대회 개최, 기부금 납부, 업체들의 홍보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치재협을 거치지 않고는 진행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규약이 그대로 공정위의 심의를 통과할 경우 치재협은 치과계의 절대권력 단체가 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대한치과기공사협회와의 전시회 협상이 결렬되면서 의도적으로 전시회 개최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치기협의 한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도 리베이트 쌍벌제로 인한 불이익 등을 내세웠던 치재협”이라며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것을 예상해 이미 복지부와 공정위에 질의, 이번 전시회 부스 운영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서면으로 받은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견본품의 경우 의료인 1명에게 해당 제품 단종 시까지 단 1회에 한해 1~2개의 견본품을 제공할 수 있으며 환자에게 판매하거나 치료비를 받고 시술할 수 없다.
업체의 치의학 및 치과의사 관련단체에 대한 기부행위 역시 기부계획서 제출은 물론 기부 신청 시 심의비를 납부해야 한다. 만약 모 업체가 특정 학회에 1억원을 기부하려면 심의비로 200만 원을 치재협에 납부해야 하며 치재협 회원사가 아니라면 30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또 심의 후 기부를 승인할 수 없다고 결정되더라도 납부한 심의비는 반환되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술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개최일 2분기 전에 치재협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내년 3월 학술대회를 개최하려면 올 9월까지 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이듬해 춘계학술대회부터 준비해야 하는 꼴이다.
또 업체의 스폰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가 치재협을 통해 기부금 심의를 받아야 하며 학술대회 주관자는 행사 후 결산내역 지출서를 영수증 사본과 함께 치재협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규약을 어길 경우 치재협의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를 통해 최대 1억 원의 위약금 납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심의위원장은 치재협 회장이, 12명의 위원 중 치과의사 및 치과기공사는 각 1인이며 치재업계에 6인이 배정된다. 업계 관계자가 과반수를 차지해 의사결정시 보이지 않는 ‘카르텔’을 형성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치재협 눈치를 보지 않고는 치과계 내부의 그 어떤 행사도 치르기 힘들어진다.
치재협 이태훈 회장은 지난달 초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공정경쟁규약을 제정하고 있으며 제정 과정에서 치협 등 유관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치과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를 개최한 뒤 심의를 거쳐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치협 김종훈 자재표준이사는 “규약을 처음 전달 받은 곳은 SIDEX 2011 전시장에서였다”며 “치협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을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대다수여서 이를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일부 조항이 치과의사단체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된 부분에 대해 치재협 측은 “복지부나 공정위의 빠른 승인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승인 후 차차 개정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일단 승인된 공정경쟁규약의 개정이 쉽게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치협은 오는 5일 긴급 TF팀을 소집해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치재협의 일방적 시행에 제동을 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초 의료계를 타깃으로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가 치과계에도 적용되는 것 자체에 대한 반발도 큰 와중에 치재협의 이 같은 독불장군식 공정경쟁규약 시행은 치과의사는 물론 기공사, 치재업계 등 치과계 전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