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신도들의 명단을 도용해 의료생활소비자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을 설립하고 73억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목사가 구속됐다. 해당 목사는 불법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사무장병원을 의료생협으로 합법화시키는 과정에서 내부고발로 덜미가 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부정 수령한 혐의로 A의료생협 본부장 전모씨를 구속하고, 운영에 가담한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합원 300인 이상, 출자금 3,000만원만 있으면 설립이 가능한 의료생협 인가 과정의 허점을 노리고, 교회 신도를 비롯한 주변인의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2012년 4월 전 씨는 A의료생협 대표 신모(46세·여)씨를 만나 1,050만원을 주고 의료생협을 넘겨받았다. 그 과정에서 교회 신도 명단을 조합원으로 무단 사용했다. 또한 허위 조합원 명단을 중복으로 사용해 의료생협 2곳을 더 설립했다. 전 씨가 2012년과 2013년 운영한 의료생협은 요양병원, 한의원, 일반의원 등 모두 3곳이었다. 이를 통해 부정 수령한 요양급여는 73억6,0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전 씨는 2013년 과거 불법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사실이 발각되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에 따라 의료생협 이사 자격을 잃어야 했지만, 관련기관의 불찰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현재 대구경찰청은 의료생협 허가를 내준 대구시 관련 공무원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