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로 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이번 계획은 오는 2022년까지 미용성형을 제외한 의학적 비급여에 대해 전면급여화를 완성한다는 것.
문재인케어의 바람을 타고 임플란트 등 치과관련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치과의사들은 그 파장에 대한 우려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하고 있는 보철, 교정까지 당장 급여가 된다는 것인지, ‘적정수가’라는 약속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보고한 중점 과제로 부각되면서 그 중압감 또한 크게 다가오고 있다.
병원비 부담은 줄이고, 적정수가는 유지하고?
지난 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표방하고 있다. 또한 ‘비급여의 점진적 축소’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한다는 용어도 사용했다.
이전 정권의 경우 ’09~’13, ’14~’18 보장성확대 계획과 같이 장기적인 플랜이 있고, 틀니, 임플란트와 같이 대통령 공약사항 등의 요인으로 급격한 시행을 준비하는 보장성 강화 정책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문재인케어 발표는 이 두 가지가 합해져 정부의 국정과제로 부각됐다는 점에서 실행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을 향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 현재의 1/3로 줄어들면서 1인당 평균 국민 의료비 부담이 18% 감소하고, 비급여 부담도 64%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고, 의료계에 대해서는 “비급여가 수익보전으로 활용됐던 현실을 감안해 적정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향후 의료계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정. 현재 20조원의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있어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재정부담, 보험료율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해 우선 예비급여로 적용한다는 계획. 본인부담률을 최대 90%까지 인정하는 비급여 항목이 생긴다는 것은 100/100 항목의 부활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임플란트, 틀니 문턱낮춰 ‘안도’
보철, 교정도 급여화? ‘불안’
이번 발표에서는 치과계에서 요구했던 부분이 해소되고, 이미 예고됐던 부분이 현실화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철수·이하 치협)는 지난 1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적 능력이 취약한 노인과 아동·청소년에 대한 치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발표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향후 급여화 추진은 신중을 기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의료공급자와 의료수요자인 국민들과의 공감대가 적정수가를 기반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플란트와 틀니의 경우 본인부담금 50%를 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각계에서 지속적으로 건의돼 왔다. 이번 발표로 노인틀니(1악당 33~40만원)는 당장 올 11월부터 적용되고, 임플란트(1개당 36만원)도 내년 7월부터 적용키로 함에 따라 속도가 빨라졌고, 치과의 문턱을 낮추고, 덤핑수가를 내건 일부 치과에 비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치아홈메우기의 경우 30~60%로 돼 있던 본인부담률을 10%로 인하하고, 2018년부터 광중합형복합레진 충전을 12세 이하까지 건강보험 적용키로 한 것 등은 이미 예고된 부분이다. 총진료비는 변함이 없어 치과의 전체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군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는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광중합형복합레진 충전은 현재까지도 연구용역이 진행중이다.
현재 치과의사들의 관심은 전면 급여화의 범위가 어느 정도일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한 가지 예측 가능한 것은 ‘등재비급여’가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 등재비급여는 일반적으로 코드가 이미 나와있는 비급여 항목을 말한다. 이 중에는 치아검사, 인레이·온레이, 구강보호장치, 이갈이·코골이장치, 치주질환 수술 등이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민감한 비급여 항목인 ‘보철’과 ‘교정’은 기준비급여 항목에 통칭으로 포함돼 있다. 임플란트와 같이 보철 항목 중 급여로 전환되면 단서조항을 명시하는 방식(임플란트, 틀니, 연1회 치석제거)으로 개정돼 왔다. 따라서 보철, 교정 등 주요 치과비급여 전체가 한꺼번에 급여로 전환되기보다는 사회적 요구, 치료효과성 등을 따져 보철, 교정 중에서도 필요한 부분부터 순차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제적 발표, 논의는 지금부터?
정부의 기조가 명확해진 만큼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회장 서봉직·이하 구강내과학회)는 턱관절에서 비급여인 MRI와 초음파 영역이 의과 급여화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대응해줄 것을 치협에 건의했다. 구강내과학회 송윤헌 부회장은 “급여-비급여의 결정은 의료정책상 문제이므로 현 시점에서 의견을 내기는 어렵지만, 어느 쪽이든 누락되지 않고 수가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급여기준을 재검토해 행위, 약물, 치료재료 등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약물, 치료재료라 하더라도 식약처 허가사항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급여와 비급여 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제반여건을 갖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치협 마경화 부회장은 “정부의 발표와 관련, 의약인단체와의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진 바 없다. 정부기관도, 우리도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급여의 급여화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적정수가와 급여기준이 마련되고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라면서 “기존의 임플란트, 틀니의 수가가 인정되고 유지되도록 하면서 새로운 급여항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설명과 설득으로 적정수가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케어는 의료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조달의 문제, ‘적정수가’의 개념 차이 등 국민과 의료계가 의구심을 가질 요소도 여전히 많다. 급여 항목은 늘리되 본인부담률을 높게 책정함으로써 환자의 혜택은 적고, 의료기관은 수가통제만 받는 구조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 등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