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 및 의료영리자회사 설립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접수 기한이 오는 22일로 다가옴에 따라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가 전국 시도지부를 비롯한 치과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치협은 아직까지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치과계 의견을 모아 대응해 나가겠다”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치협의 태도는 지난 5일 전주에서 진행된 전국지부장협의회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협의회의 주요 안건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에 대한 대응책 마련’으로 치협 최남섭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이 특참했다.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치협 이성우 총무이사는 정부가 입법예고 한 개정안은 치과계가 우려했던 부분이 대폭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성우 총무이사는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는 몇 개 의료법인에 불과하고, 부대사업 중 의료기기 판매 제외나 의료임대업이 메디텔에 국한되는 등 애초 투자활성화 대책과 비교해 대폭 축소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부장협의회에 참가한 모 지부장은 “의료영리화에 대해 치협은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가? 이번 정부 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점은 전 치과계가 모두 공감하고 있는데, 치협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치협 최남섭 회장은 “기업형 사무장치과 합법화 저지, 1인 1개소법 사수, MSO의 합법화 저지 등이 치과계가 의료영리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한마디로 재벌과 대자본, 투기자본이 의료계를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치협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개진하지만 전면반대보다는 오히려 투 트랙(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 지부장의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이 통과된다면 총파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혹시 통과되더라도 치과계에는 큰 피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최남섭 회장은 “일부에서 치협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불만을 제기하지만, 집행부 판단은 의료영리화에 대해 투 트랙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아직은 전면 파업이나 대규모 시위 등을 운운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 이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답변했다.
그간 치과계는 의료영리화 저지에 선봉역할을 자임해왔다. 의료영리화가 동네치과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 및 사무장 치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치협은 일부 의료단체처럼 실익을 챙기면서 의료영리화 정책을 무력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과연 실익을 챙기면서 의료영리화 정책을 무슨 수로 무력화시킬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정부의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안이 명백한 의료영리화의 단초라 판단된다면 불명확한 실리를 위해 전략을 세우기보다 전면적인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치과계 모 인사는 “이미 야당을 비롯해 의료영리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의료계가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해 의료영리화라고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영리자회사설립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애초의 투자활성화정책에서 전혀 축소되거나 무력화 된 것이 없다”며 “치협이 의료영리화 정책에 대응해 과연 어떤 실리를 바라고 전략을 세우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