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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자기존중감과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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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66)

남자 중학생과 엄마가 치아교정치료를 위해 상담을 왔다. 약간의 주걱턱이 주소였다. 환자와 처음 상담에 응할 때 필자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질문은 항상 치료받을 본인에게 묻는다. 첫 번째 질문으로 제일 고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다면 중요한 순서대로 3가지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가족이 같이 왔다면 누구의 의사인가를 묻는다. 그러면서 엄마가 환자를 부르는 호칭이 무엇인가를 살핀다. 그래서 학생에게 질문을 하니 본인이 말할 순간도 없이 엄마가 대신 말을 한다. 엄마 말을 다 듣고 다시 학생에게 같은 질문을 하니 또 엄마가 말을 가로 채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세 번째로 엄마에게 엄마 생각은 이해하였으니 대답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학생에게 다시 질문을 하면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마만 바라본다. 이런 풍경은 요즘 아주 흔한 모습이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들까지도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럼 이렇게 엄마가 대신 대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는 엄마가 항상 옳은 판단을 한다는 자신감이다. 두 번째는 아이의 판단을 무시하거나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아이의 생각이 엄마 자신의 생각과 같다는 착각이다. 이런 이유에서 엄마들의 행동이 나타나지만 엄마의 반복되는 간섭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말살시킨다. 청소년기에 자기 판단에 의하여 성공을 하였을 때의 성취감과 혹은 실패에 의한 오류를 경험하고 수정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 받는 것이다. 결국 아이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며 사회성을 길러가는 기본적인 소양인 자기존중감을 키우지 못하고 엄마의 한 부속물로 자라게 된다.


26세 남성이 발치하고 교정을 할지와 비발치 치료를 할지에 대하여 30분이 넘도록 결정하지 못한다. 선택장애이다. 이 남성에서 치료비를 지불하는 사람이 엄마였기 때문에 필자는 엄마를 모시고 올 것을 요구하였는데 엄마가 직장 일을 하여서 올 수 없다면서 본인 결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었다. 이 경우는 스스로 판단하여본 경험이 없어서 성인이지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대한 책임회피 혹은 엄마의 질책 등이 있을 것이다. 반면 조금 생각이 있는 환자는 전문가의 판단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필자는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선택에 따른 장단점을 설명하지만 철저히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한다.


부모와 같이 내원하여 환자 본인이 대답하는 경우는 20% 내외이다. 대부분은 엄마가 대답한다. 한번은 중2 남학생을 데려온 아버지가 직원의 권유도 무시하고 대기실로 가지 않고 필자의 뒤에서 진료하는 상황을 내내 보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의 호칭에서 초등학교 5학년이 지났는데에도 ‘우리 애’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문제가 있다. 그 시기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기존중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름 없이 그냥 ‘애’로  불리고 취급되면 26살이 되어도 자기 의사결정권이 없는 ‘애’로 남게 된다. 그렇게 생긴 ‘애’가 요즘 너무도 많다. 대학교수들 만나보면 요즘 학생들의 행태에 혀를 내두른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엄마들의 간섭이다. 수강신청을 엄마가 대신해주고 성적이 잘못 나왔다고 엄마가 교수에게 따지는 것은 고사하고 총장실에 면담을 요청한다. 이 정도면 대학생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지나친 부모의 간섭이 청소년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에 부모의 조급함과 아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지나친 간섭으로 나타난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성취감이나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을 기를 경험을 차단한다. 문제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사회나 가정에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과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매우 위험하면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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