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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몰입, 선거 그리고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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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논설위원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사는 때가 종종 있다. 이는 마치 사진상의 ‘블러링’과 같은 것이다. 외부 배경은 흐릿하거나 희미해지고 가운데 피사체만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몰입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그런 몰입이 필요한 것이 ‘종합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선거다. 필요하다기 보다는 선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집중하고 빠져든다고 봐야 하겠다.

 

필자도 협회장선거를 여러 번 경험해봤지만, 특히나 이번 선거에 협회장후보로 출마하면서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 당사자가 되어보니 사뭇 다르다. 몰입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선거에 대한 격언 중 이런 말이 있다. “선거는 100미터 달리기와 같아서 결승선에 집중하지 않고 옆을 돌아보는 순간 뒤처진다.”

 

추운 겨울 신사동 한복판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사람들을 모아 캠프를 꾸리는 일이 억지로 시켜서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출마결심부터 기획단계까지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 넘치는데, 하물며 후보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접어들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게 된다. 찾아갈 사람, 만날 사람, 전화할 사람, 카톡을 보낼 사람 등을 체크해 가면서도 빠진 것이 수두룩하다. 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기자들 전화도 받아야 하며, 각종 인터뷰에 동영상에 연예인이 따로 없다. 동분서주하며 지방도 다녀야 한다. 정말 매니저가 붙어 줘야할 정도다.

 

그렇게 많은 일을 진행하면서 지치지 않고 어쨌든 끝낸 것은, 아마도 뇌 속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뿜뿜 터져 나왔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한다. 마라톤 주자가 느끼는 ‘러너스 하이’처럼 초각성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 것이다. 덜 자고, 덜 먹고, 해야 할 일은 더 많아도 그렇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가끔 경험하는 소위 진상환자의 불평도 그렇게 아프지가 않고 금세 잊어버릴 정도였으니까. 지인들은 필자에게 ‘선거 때만 되면 살아있는 듯하다’라고 할 정도로 의욕과 투지가 넘쳐났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려운 지형에서 그나마 선거완주라는 경험을 체득했다고 자평한다. 정말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결승선에 도착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인생이란 ‘내가 뇌를 따라다니다가 뇌가 나를 따르게 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후보자로 뛰다 보니 나의 뇌도 덩달아 동반자로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선거가 삶에서 몇 번 안 되는 격렬한 심리 이벤트라서 그런지 낙선하고 나니 여러 변화가 생겨났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고, 선거운동 하던 때에는 한 번도 걸리지 않던 감기가 따뜻한 봄날에 된통 걸려서 잘 낫지도 않는다. 덕분에 감기 핑계로 수면 시간을 최대로 늘려 늦게 일어나고 소파에 뒹굴뒹굴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달달한 음식만 찾아다니게 되었다. 한동안 창문 밖 먼 풍경만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선거는 언제 있었냐는 듯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지만, 필자의 몸은 선거 이전으로 회귀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니 길게, 깊게 여운이 남아있는 것이리라 되뇐다.

 

늘 해오던 평범한 개원의의 삶과는 색다른 면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선거기간의 번잡함, 조급함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 회복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단순하게, 천천히, 안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전쟁다큐에서 벗어나 장르를 바꿔 보려 한다. 도움을 준 분들과 만나 고마움도 표시하고, 계절의 변화도 즐기고, 다시 몸과 마음을 리모델링 하면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겠다.

 

크나큰 격전을 치루고 나니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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