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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법과 인정(人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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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52)

최근 카페 알바생이 커피 3잔을 마셨다는 이유로 고소된 사건이 주목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고소는 취하됐다. 얼마 전 경비업체 직원이 초코파이 한 개를 먹었다는 이유로 고소된 사건이 무죄가 된 시점이라 더 주목되었다.

 

사건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 추악하다. 시험을 끝낸 고3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 3잔을 마신 것을 CCTV롤 확인한 점주는 알바생을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했다. 거기에 “대학을 갈 학생이 전과자가 되면 대학도 못가고 인생 망한다”고 협박하며 550만원을 합의금으로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경비업체 직원은 업체 직원들이 먹어도 된다고 해 통상적으로 먹던 것을 갑자기 절도로 내몰렸다. 1심 유죄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되었다. 1심에 유죄를 판결한 재판부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법이 사람 위에 있는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과연 일하는 알바생이 날짜가 지나서 폐기 처분될 커피콩으로 3잔을 마신 것을 횡령으로 고소를 하고, 심지어 이를 미끼로 550만원을 뜯어낼 일인가. 외부에서 서비스 직원이 오면 음료수나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반적 상식이었다. 그런데 평소에 먹으라고 해놓고 절도로 고소할 일인가. 고소하기 전에 앞으로 먹지 말라고 공고문을 붙일 마음의 여유와 아량은 없었나. 그런데 법이 단순히 법리적으로만 1심에서 유죄를 내릴 일인가. 그 업주에 그 경찰에 그 검사에 그 재판장이 아닌가. 어쩌다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 씁쓸하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사소한 실수나 배고픔조차 품어주지 못하는 인정(人情)이 사라진 사회가 되었을까. 커피 3잔 손해로 550만원을 합의금으로 받을 일인가. 초코파이 1,000원으로 소송할 일인가. 그런 소송을 받아주는 경찰과 검찰과 법원은 무슨 짓인가. 검사와 판사 같은 국가 공무원이 1,000원 초코파이로 재판을 여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 낭비가 아닌가. 그 1심 유죄판결이 사회에 도움이 되었는가.

 

우리 사회는 한국적 정서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소송 만능사회인 미국식 천민 자본주의가 대치되어 가고 있다. 우리 민족이 수 천 년을 이어온 심리적 관용과 공감 능력이 서서히 침식되고 있다. 이런 과잉 대응의 내면에는 개인이나 사회에서 심리적 여유의 고갈이 있다.

 

내면의 에너지가 충분할 때는 타인의 실수를 수용하고 관용을 베푼다. 하지만 극심한 경쟁과 경제적 불안 속에 놓이면, 자신의 권리가 조금만 침해받으면 극도로 반응한다.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공감 능력은 마비되고, 오로지 손해 본 사실만이 증폭되어 법으로 따지게 된다. 물론 농경 사회에서 공동체 유지에 필요했던 ‘인정(人情)’은 비합리적인 면도 있어서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공정과 충돌하기도 한다. 하지만 1심 유죄판결은 각박하게 변해가는 사회에 재판부조차 각박함을 보여 주었다.

 

법은 0과 1로만 정의되며 그 사이가 없다. 따라서 판단하는 판사가 그 사이를 읽어야 제대로 법이 살아있는 성숙한 사회가 된다. 그런 사회가 공동체의 근간을 유지하는 사회적 자본이 튼튼하고 발전하고 미래가 있다. 같이 일하던 알바생이 1만원 커피 3잔을 마셨다고 고소하고, 500배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극단적 사건이 점차 만연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사회적 피로감과 불신의 만연으로 계산할 수 없을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상식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이때 해결 방법은 사회적 포용이다. 타인의 작은 허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보다는 인정이라는 조금 성긴 그물로 각자의 사정을 걸러내 줄 수 있는 마음의 너비가 필요하다. 요즘은 디지털 환경의 심화로 몇 초도 참지 못하는 즉각적 반응하는 여유 없는 시대다. 타인에 대한 불신은 증가했고, 관용을 무능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관용은 전체적 시야에서 상황의 복잡성을 포용하고, 인간적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인간관계를 보존하는 고차원적 심리 능력이다.

 

인정(人情)의 공간으로 법이 침범해서는 안 된다. 법의 잣대도 인정과 포용을 기반으로 하여야 공정해진다. 알바생에게 커피 한잔을 선물로 허용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있는 사회가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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