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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입추 단상(立秋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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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86)

작년 여름에 분지하고 분갈이한 고목나무가 올해는 폭염에 조금도 자라지 않고 있다. 때맞춰 물과 거름을 주었지만 평소라면 한 여름에 몇 십장의 잎사귀를 키우던 것에 반해 올해는 조그만 변화가 없다. 식물이 한해는 길이 성장을 하고, 다음 해는 내실을 다지며 폭 성장을 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자연의 법칙에 감탄한다.

집에서 화초를 많이 기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잎이 모두 말라버린 화분도 생겼다. 폭염에 열대야가 지속되고 에어컨을 계속 쐬니 냉방병 증세마저 나온다. 식욕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진다. 자연의 조그만 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체험을 했다. 하지만 오늘 입추가 되었으니 심한 폭염도 점차 사그라들 것이다. 자연의 법칙이다. 

지난주에 여름휴가로 목포, 강진, 영남, 해남을 돌아보았다. 30년 전 학창시절에 보았던 목포역 광장은 주차장으로 변하였고 신도시 개발로 멋진 다리를 보았지만 필자가 알던 옛 모습은 이젠 사진과 기억 속에만 남아있음을 알았다.

3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많이 변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우리들 기억은 늘 변하지 않고 과거 속에 갇혀 있다. 건물만 아니라 사람도 세월이 지나면 몸과 생각이 많이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들 기억은 과거 추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만을 기억한다. 좋았던 사람은 좋게, 나빴던 경험의 사람은 나쁜 기억으로 고정된다.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 기억이 멈추고 고정된 채로 세상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었을 것이 당연하건만 우리들 기억은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과거에 만들어진 기억을 옳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필자의 기억 속에는 이번 여행 전까지 지난 30년 동안 변함없이 목포역 앞에는 커다란 광장이 있었다. 사람들 생각과 기억에 오류가 많다는 심리학 이론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만약 과거 기억만을 지닌 사람이 현실에 생활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면 비록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서로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공감과 소통하는 과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 모든 세대 간의 모임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의 과거 학창 시절 기억이 자녀들의 현실 속 상황을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여 아이들과 소통이 단절되어 매우 힘들어하는 경우가 흔하다. 시어머니가 과거 기억에 의존하여 며느리를 대하면 그 가정은 시댁을 다녀올 때마다 항상 분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직장에서 상사가 과거 기억 속에 머문다면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것은 고사하고 업무능률도 떨어질 것이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현실 속에서 과거 기억은 이제 긍정적 경험이기보다 부정적 수구가 되기 쉽다. 경험이라는 포장보다 차라리 추억으로 남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경험이 아니고 추억으로 변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 기억을 추억으로 하고 새로운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과거의 방법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과 맞지 않음을 의미한다. 마치 일자드라이버가 십자드라이버로 바뀐 것처럼 과거의 것으로는 전혀 맞출 수 없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이 지닌 기억과 변화된 현실의 차이를 안다면 그런 사람은 후배나 후학 혹은 자녀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다. 

오늘 입추 날에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함을 생각한다. 인간들의 무절제한 환경파괴가 폭염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는 심한 폭우로 왔다. 인간들이 자성하지 않는다면 결국 도도한 자연은 자정작용을 할 것이다. 폭염과 폭우, 지진과 자연발화 산불 등은 어쩌면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입추이지만 오늘도 폭염은 여전하다. 입추는 곧 가을이 올 것이니 겨울을 미리 준비하고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자연도 대재앙 수준의 재해를 폭염으로 미리 경고한다는 생각이 든다. 입추에 지난 과거의 기억도 정리하면서 다가올 겨울이 폭염처럼 혹독하게 추울 것을 생각해본다. 나무가 성장을 멈추고 쉬는 시간을 갖는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욕심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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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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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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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