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9 (금)

  • 맑음동두천 7.3℃
  • 구름많음강릉 14.3℃
  • 맑음서울 8.8℃
  • 맑음대전 10.5℃
  • 구름조금대구 11.0℃
  • 구름조금울산 14.8℃
  • 맑음광주 15.8℃
  • 맑음부산 15.6℃
  • 맑음고창 15.4℃
  • 구름많음제주 16.9℃
  • 맑음강화 8.3℃
  • 맑음보은 9.3℃
  • 맑음금산 12.2℃
  • 맑음강진군 14.1℃
  • 맑음경주시 12.0℃
  • 맑음거제 10.5℃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82년 김지영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58)

저녁을 먹으려고 테크노마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벽에 영화 ‘기생충’ 포스터가 보인다. 아카데미상 트로피 4개가 그려진 수상 기념 포스터였다. ‘2020년 아카데미상 4개 부분 수상’이란 말을 10년 전에 했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이야기보다도 10배는 더 안 믿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소감에서 언급한 ‘인셉션’ 영화처럼 꿈속 이야기 같다. 기생충이 국가 간 계급을 넘어선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정확히 표현하면 주류에 합류한 것에 대해서이다. 한국이 영화도 만들 줄 아는 나라라고 이제 알게 될 사람들과 그들을 만날 한국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감독이 주도하고 자본이 투입되고 관객이 호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늘 감독이 원하는 대로 작품이 해석되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82년 김지영’이 그렇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성이 느끼는 아픔을 나타냈다. 하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필자 시각에서는 작가 의도는 좋았지만 과한 설정이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렸다. 감독은 육아와 경력단절, 한국적 가족문화 속에서 겪는 여성갈등을 표현했다. 올해 39세인 주인공은 이따금 엄마 인격이나 할머니 인격으로 전환된다. 흔히는 다중인격이라고 부르지만 이상심리학에서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한다. 통상 이 장애는 86% 정도가 어려서 성적 학대 경험이 있고, 75%가 반복되는 신체적인 학대를 당했고, 45%가 아동기에 폭력에 의한 죽음을 목격한 사실이 있는 경우가 보고됐다. 단지 3%에서만 의미 있는 아동기 외상 과거력이 없었다. 반면 주인공은 어려서 아들과 딸에 대한 차별을 조금 겪었지만 따뜻한 엄마가 있었다. 이런 경우 해리성 정체감 장애 설정은 과했다. 현실감이 떨어질 때마다 영화에 몰입되지 못했다. 현실에서 해리성 장애보다는 통상 우울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울로 표현했다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해리와 우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심리방어기전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회피하는 것이 해리 방법이고, 꾹 참으면서 마음 깊은 곳으로 숨기고 잊어버리는 것이 억압이다. 이런 억압이 모여서 우울로 나타난다. 우리는 대다수가 억압에 익숙하다. 억압을 사회생활 혹은 대인관계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사실 억압은 후진적 사고방식에서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할 때 나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했다. 현실적 상황과 내면적 불협화음이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서 우울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우울증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인지해도 표현을 못하고 혼자 아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울은 학력, 지위, 의지와 무관하다. 우리 사회는 전문직일수록 업무가 많아지기 때문에 고학력, 전문직일수록 우울이 많다. 필자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치과의사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오늘은 ‘82년 김지영’이 아니라 우울을 겪고 있을 많은 치과의사를 위해 이 글을 쓴다. 우울을 혼자서 견디며 힘들어하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커다란 이벤트성 사건 없이 마음이 힘들다면 우울을 의심해봐야 한다. 의지력 문제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됐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감기에 걸려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먹듯이 마음의 감기인 우울이 오면 SSRI(세레토닌흡수억제제)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편해질 수 있다. 그보다 심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가까운 심리상담사를 찾는 것도 좋다. 유교적 개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근대적인 교육시스템에서 교육받은 이들은 최소한 한 번은 겪어야 하는 홍역 같은 것이 이 시대의 우울이다. 우울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힘들면 차라리 모르는 상담사가 더 편할 수 있다.‘ 백척간두 진일보’로 한발 내디뎌보면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