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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일상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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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62)

요즘 봄날 햇살이 따스하다. 겨우내 길어진 머리칼이 거추장스러워 자르고 싶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미루다가 지난 일요일에 드디어 손질했다.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늘 다니던, 젊은 남자사장의 헤어숍을 들러 머리칼을 자르고 나니 시원하고 개운하다. 8,000원이라는 사장에게 1만원을 드리니 고마워한다. 현금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택시탈 때 같이 종종 잔돈을 거슬러 받지 않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요즘 모든 것을 카드나 스마트페이로 결제하다 보니 조그만 고마움과 성의 표시가 사라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나서고 바로 옆에 위치한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일요일 오전에 느끼는 여유와 넉넉함이 감미로운 커피향과 아우러져 잠시나마 일상의 행복을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 2년간 손질을 미뤄왔던 고무나무 분갈이를 위해 화원에 들러 화분과 흙을 사고 눈에 띄는 화사한 꽃 화분도 하나 샀다. 고무나무 뿌리가 화분 밖으로 탈출까지 한 것을 보니 그동안 무슨 일로 분갈이도 못해 주었나 하는 반성을 하며 정성껏 끝내고 물을 흠뻑 주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다. 고무나무가 고맙다고 말을 하는 듯하다. 미뤄왔던 일을 해결하니 자신이 대견해졌다.


요리가 취미이다 보니 저녁 식사를 위해 주방에 들어가 무엇을 만들까 하는 생각에 즐겁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보이는 대로 만든다. 냉동만두는 찜통에 올려 찌고, 양배추는 채칼에 갈아 샐러드를 만들었다. 부산어묵은 간장에 다진 마늘을 볶은 후에 조리면서 꿀로 단맛을 조절했다. 메밀국수는 여름이라면 냉으로 먹는 것이 좋지만, 겨울이라서 따뜻하게 온모밀로 준비했다. 국수를 삶는 동안 무를 채칼에 갈아 준비하고 와사비를 준비했다. 국수 삶은 온수에 메밀간장을 넣고 국물로 만들었다. 무와 와사비를 넣으니 메밀국수 풍취가 살아나고 따뜻한 국물이 몸 긴장을 풀어주었다.

 

요리가 취미이면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즐거움이다. 간을 간장으로 할 때, 소금으로 할 때, 새우젓으로 할 때 맛이 다르다. 단맛을 설탕을 사용할 때와 꿀을 사용할 때와 올리고당을 사용할 때 혹은 매실청을 사용할 때가 다르다. 다양한 옵션에 따라 맛이라는 결과가 달라진다. 만두를 찜통에 쪄서 담백하게 먹을 때와 기름에 튀겨서 고소하게 먹을 때,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바삭한 식감을 살릴 때가 다르다. 튀김옷을 튀김가루를 쓸 때와 찹쌀가루를 사용할 때가 다르다.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먹는 것 못지않은 즐거움이다. 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선택할 때도 접시를 둥근 것으로 사용할지, 사각을 사용할지, 색이 없는 것을 사용할지, 무늬가 있는 것을 사용할지 또 큰 것을 사용할지, 작은 것을 사용하지를 고민하는 것이 즐겁다. 다 먹고 설거지할 때도 즐거움이 있다. 접시에서 뽀드득하는 느낌이 나는 것이 좋다. 영화를 보려고 TV 앞에 앉으면 VOD를 볼지, 넷플렉스를 볼지, 선택을 하고, 흑백영화를 볼지, 최신영화를 볼지를 선택한다. 액션을 볼지, 로코를 볼지, 호러를 볼지, 외국영화를 볼지, 한국영화를 볼지를 결정한다. 이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다.

 

드디어 660페이지짜리 책(문명으로 읽는 종교이야기)을 다 읽었다. 백팩에 넣고 다니면 조금씩 읽은 것이 한 달은 족히 걸린 듯하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아는 즐거움이 있었고 오늘처럼 다 읽고 나서 얻는 뿌듯함이 있다. 글을 쓰는 지금 햇살이 따스함이 좋고 마시는 믹스커피의 달달함이 좋다. 믹스커피는 젓지 않으면 마실 때마다 맛이 달라진다. 조금 달게 먹으려면 커피를 먼저 넣고 물을 따르고, 좀 쓰게 먹으려면 커피를 나중에 넣는다. 젓지 않기 때문에 첫맛은 씁쓸하지만 마실수록 바닥에 가라앉은 설탕에 가까워지면서 달아진다. 믹스커피 한 잔도 젓지 않으면 다양하게 맛을 즐길 수 있다.


일상의 행복은 소소함과 멈춤과 눈높이에 있다. 산사 법당에 앉아 불상을 보고 있으면 법당이고, 돌아앉아 산을 보면 산속이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작은 바꿈이 즐거움의 시작이다. 행복은 사소함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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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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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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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