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서핑, 필자에게도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었다. Surfing이랑은 다른건가? 그저 골프를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연습장과 필드를 오가며 운동하던 필자에게 윈드서핑(windsurfing)이라는 글자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다.
사전을 찾아보니 surf는 ‘해변가로 밀려오는 큰 파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 파도의 경사면에 요리조리 묘기스럽게 파도를 타는 서핑은 들어본 적이 있다. 근데 그 서핑과는 완전 다른 모양새를 갖는 윈드서핑이란 파도에 바람을 더한 그 무엇이었다.
윈드서핑과의 첫 만남
지난날 괌에서 묵었던 리조트에서 해양스포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프로그램을 통해 윈드서핑을 처음 접했다. 체험한 것이 처음이었고, 가까이서 달리는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바람 속에서 큰 돛을 연결한 보드 위에서 너무나 편안하게 바다 위를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이 필자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체험 프로그램에서 직접 보드 위에 올라서 보니 보여지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에 당황했다. 생각보다 파도 위에서 넘실거리는 보드1) 위에서 가만히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이런 필자의 옆으로는 화려한 색상의 세일2)을 갖춘 윈드서핑이 파도를 가르며 속도를 내고 있었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건강은 기본, 역동적이며 스릴 있다!
뜨거운 한여름의 수상스포츠 중에서 역동적이며 스릴이 있는데 가장 덜 위험한 분야로 무엇이 있을까. 만약 스피드를 즐긴다면, 그리고 건강해지고 싶다면 윈드서핑에 관심을 가져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운동도 되고, 매력적이다.
무동력으로 단지 바람만으로 시속 60㎞ 이상 달리며 자유자재로 방향 전환도 가능하고, 간단한 장비로 더위까지 날릴 수 있는 무적의 스포츠다. 윈드서핑으로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탄성과 두근거림을 제어하기 힘들 것이다.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하긴 한데, 그 만큼 윈드서핑을 하면 체력이 점점 강해져 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 또한 전신의 양방향 운동이라서 허리와 코어근육을 튼튼하게 단련시킬 수 있다. 자세에 약한 치과의사들이라면 이 운동으로 허리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스피드를 넘나드는 종목이므로 플래이닝(planing)3)이 걸리는 것을 느끼는 순간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다. 골프에서 모든 샷이 같을 수 없듯이, 윈드서핑에서도 그 날의 날씨, 특히 바람에 따라, 본인의 컨디션, 장비에 따라 매번 다른 세일링(sailing)이 된다. 또 물 위를 미끄러지는 이동감과 속도감으로 몸 안의 스트레스의 대부분도 날려버릴 수 있다.
요트와 서핑의 조화, 윈드서핑의 역사
누가 언제 이런 스포츠를 개발했는지 궁금했다. 1965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 S. Newman Darby는 ‘세일 보딩’이란 기사를 낸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적인 틀은 남가주의 서퍼, 항공설계자, 사업가 세 명이서 1968년에 유니버설 조인트를 개발하여 특허를 받은 것이 현재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요트와 서핑이 절묘하게 조합된 이 스포츠는 요트처럼 고정된 마스트도 아니며 유니버설 조인트로 세일을 조정하며 세일링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요트의 키가 없으므로 자신의 몸을 메카닉의 일부로 하여 세일링하는 것이다.
1984년 처음으로 LA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88년 올림픽 때부터 홍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궁금해! 윈드서핑의 원리는?
윈드서핑은 비행기가 뜨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세일(돛) 바깥 쪽과 안쪽의 길이 차이로 인한 양력이 발생하며 세일이 앞으로 나아가게 되므로 보드와 사람이 같이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세일 각도와 앞뒤의 위치에 따라 진행방향을 조정할 수도 있다.
물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OK!
현재 우리나라에서 탈 수 있는 곳이 한강 지구, 시화호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부산 송정 지구, 거제도, 울산, 제주도 등이다. 사실 물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서나 탈 수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물과 바람은 항상 있다. 필자는 거의 뚝섬에 위치한 서울 윈드서핑장을 이용한다. 여러 개의 클럽, 동호회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누구나 쉽게 접해 볼 수 있다.
윈드서핑, 물아일체의 경지로 이끌다
윈드서핑은 운동이 매우 많이 된다. 골프와는 확연히 비교가 된다. 등근육과 팔 힘, 그리고 코어가 단단해진다. 코어가 받쳐줘야 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 균형을 잡을 수 있고, 세일을 물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생각보다 배우기는 쉽다. 테크닉과 예민한 부분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 몸을 바람에 맡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잠깐 탔는데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내 몸을 바람에 맡기고 나면 가속되는 스피드에 어느새 물과 나 그리고 바람만 세상에 남은 초아의 세계로 들어간다.
모든 스포츠의 장비가 그러하듯이 끝이 없다. 아마추어로 바람을 즐길 정도의 장비라면 그리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다. 처음엔 강습용 렌탈 장비를 쓰다가 하나하나 중고로 써보고, 나중에 본인에게 맞는 장비를 알 수 있는 때에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클럽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필자는 이제 얼마 되지 않은 윈드서핑 초보로, 윈드서핑 전문 교육을 꾸준히 받은 것도 아니고, 치과진료도 해야 하는 주말 윈드서퍼다. 주말이면 가까운 뚝섬으로 달려가 바람을 맞으며 질주하고 바람이 약한 날은 클럽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글을 올리면서 윈드서핑에 관심 갖는 분들이 좀 더 생기고 즐겼으면 좋겠다.
지금 창문 밖 나뭇가지의 흔들림이 바로 윈드서핑이 당신을 부르는 바람의 손짓임을 혹시 느꼈는지 모르겠다.
*주석
1) 윈드서핑 시에 사람이 올라서서 타는 널직한 판대기.
2) 윈드서핑에서 바람을 안고 조정할 수 있는 돛.
3) 윈드서핑 시 어느 정도의 스피드 이상이 되면 물 위를 살짝 떠서 달리게 되는데 이 상태를 “플래이닝이 걸렸다”고 한다.
글 사진
현석주 편집위원
연세W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