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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김은숙 대한여자치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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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감 - 3월 19일자 사설 ‘치과계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고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치과계 신문들이 나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한가한 오후, 커피 한 잔과 더불어 펼쳐든 치과신문의 ‘치과계의 민주주의’라는 매력적인 제목에 기대감으로 사설을 읽다가 나는 나의 눈을 의심하였다.

 

“민주주의(democracy)는 어원상 국민(demo)과 지배(kratos)의 합성어이다. 여기에서 국민은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고 권리를 가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과거 로마의 시민권은 로마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주어졌다.

 

그래서 여성, 외국인, 노예는 시민권이 없었다. 치과계가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본인이 먼저 치과계의 시민이 되어야 한다. 치과계의 일원으로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조금 귀찮더라도 회무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서 대의원이든 임원이든 잘하는 것이 있으면 칭찬을 하고 못하는 것이 있으면 꾸짖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는 관심과 참여이다. 이것은 나이가 많아서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이기에 더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몇 번이고 반복하여 되읽으며 무슨 뜻으로 쓴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치과계의 시민이 되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회무를 하는 사람만이 치과계의 시민이고 그 외는 시민이 아니라는 것인지, 진정 민주주의란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민주주의의 요소인 관심과 참여는 너무나 당연하며 우리가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이지만 나이와 남자는 왜 나왔을까? 현 상황이 젊은 사람들과 여자들은 치과계의 반민주주의 세력이란 말인가? 라는 무수한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단지 관심과 참여를 젊은 사람들과 여자치과의사들에게 호소하고 싶으셨다면 표현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권리를 주는 것이다. 치협과 서치의 회원의 의무는 회비를 내고, 정관·규정 및 결의사항을 준수하는 것이다. 회원의 의무를 다 한 치과의사는 회원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젊은 층과 여자치과의사들이 먼저 회무에 참여하여 치과계 시민이 되라는 논지로 치과계의 민주주의를 말하고자 하였다면 사설을 쓴 필자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발전과정 및 현재의 민주주의를 고찰하여야 한다. 고대의 민주주의에서 사고의 틀이 멈추어 있다면 치과계의 다양성과 민의를 수렴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과거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 등과 같은 선거권 확대 요구에 의해 선거권은 ‘소수 엘리트’에서 ‘일반 민중’에게까지 넓어지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중우정치(mobocracy)나 인기영합주의(populism)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정치적 다양성과 민의 수렴 등의 더 많은 순기능이 이런 걱정을 불식시키며 점차 확대·안정화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

 

현대의 민주주의에도 엄밀히 말하면 자격 조건이 있다. 만 19세 이상의 남녀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나이 제한은 누구나 충족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회무 참여를 치과계 시민의 전제조건이라 주장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인식을 바탕에 둔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제 막 졸업하여 사회에 자리 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치과의사들이나, 남자들과는 다른 여러 상황에 힘들어하는 여자 치과의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으로 썼다면 물론 달게 받을 일이다.

 

하지만 회무에도 참여하지 않은 치과의사들은 치과계의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자격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썼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치과신문의 사설은 서울시치과의사회의 의견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회원이 느끼는 민주주의가 치과계의 참 민주주의가 되기를 기대한다. 힘든 치과의사들을 보듬어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고자 고민하는 서울시치과의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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