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은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 이다.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는 간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의미에서 세계보건기구 (WHO) 가 2010년에 제정하였으며, 이후 간염에 대한 예방과 관리를 위해 대한간학회는 매년 다채로운 행사와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B형간염과 C형간염으로 나뉜다. 만성B형간염의 경우에는 예방백신 보급, 수직감염 예방사업, 항바이러스제 보급, 생애전환기 (40세) 무료 검진 사업 등으로 과거에 비해 유병률이 많이 감소했다. 반면, 만성C형간염의 경우 유병률 자체는 만성B형간염에 비해 낮지만, 예방백신이 없고, 아직 무료검진이 실시되지 않아 C형간염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하는데 있어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 침습적인 시술과 수술이 많이 시행하는 치과의료기관에서는 C형간염의 감염 예방과 관리를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2024년 1월부터 발효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면 “B형간염과 C형간염”의 감염은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중대산업재해로 명시돼 있으며, 그동안 소홀히 생각할 수도 있는 바이러스 간염의 감염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치료 진료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C형간염의 감염 가능성은 첫 번째,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통해 치과 진료를 받는 환자가 감염되는 경우이며, 두 번째, 치료 진료를 받는 환자로부터 의료진이 감염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첫 번째 가능성 즉,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통해 환자가 감염되는 경우는 여러가지 연구 결과들을 감안했을 때 실제 그 확률은 높지 않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실온에서 생존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생존기간이 긴 B형간염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훨씬 떨어지며, 에이즈 바이러스 (HIV) 에 비해서는 약간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혈액투석이 필요한 콩팥환자의 경우 B형간염 환자는 별도의 혈액투석기를 사용하는 반면, C형간염은 혈액투석기를 분류하지 않고 간염이 없는 환자와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혈액투석실에서 C형간염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최근 보고된 메타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과 진료실에서의 C형간염 감염 확률은 혈액투석실에서의 감염 확률보다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침습적인 시술이나 수술이 시행되는 치과의료기관의 C형간염 감염 확률은 통계적으로 확실히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치과의료기관에서의 집단 발병이 없었지만, 2013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치과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C형간염과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 큰 파장이 있었다. 역학조사 결과 치과 시술 과정에서 전염된 것은 아니고, 마취 과정에서 오염된 주삿바늘로 프로포폴을 혈관 주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정됐지만, 치과의료기관에서 C형간염의 전파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알려주는 사건이다. 비록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치과 진료실에서 의료진이나 의료장비로부터 환자에게 C형간염이 전염될 가능성에 대해 절대 방심해서는 안된다.
의료진 또는 의료장비로부터 환자에게 C형간염이 전염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반면, 환자로부터 의료진이 C형간염에 감염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된 이후에는 환자부터 의료기간 종사자가 C형간염에 감염되면 경영책임자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치료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까지 떠맡아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C형간염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아직 없다. 따라서 선별검사를 통해 C형간염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C형간염의 전파를 막기위한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예산 등의 문제로 C형간염에 대한 무료 검진이 아직까지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치과 치료를 받는 환자의 대부분은 본인의 C형간염 검사 여부를 알지 못한다. C형간염 선별검사 방법으로 치과진료실에서는 구강점막을 채취해 간단히 검사할 수 있고 20분 이내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80% 로 높게 책정돼 있어 환자의 부담금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지만 다행히도 부작용 없이 단기간내에 완치할 수 있는 경구 약물이 있다. 97% 이상의 환자가 2~ 3개월 하루 한차례 복용만으로 부작용 없이 완치된다. 치료 기간동안 환자가 부담해야할 전체 약값이 약 3백만원 정도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환자에게 C형간염 공포를 완전히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를 고려할 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일부 C형간염 환자에서 입안의 점막이나 혀에 편평태선 (Lichen planus) 이 발생할 수 있으며, 치과 진료시 입안의 점막과 혀에 만성염증으로 하얗게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C형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만큼 C형간염을 비롯한 대부분의 간질환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C형간염을 증상만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도 치과의료기관에서 C형간염에 대한 선별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특히 최근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국가에서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치과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국내 방문하는 외국인 수도 코로나 이후에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어서 C형간염으로부터 치과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방안이 선제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올해 세계간염의 날을 맞이해 대한간학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가 공동으로 “치과 의료기관 내에서 C형간염의 감염 관리와 대응을 위한 상호업무협약 (MOU)” 체결을 맺게 되어 매우 기쁘고 뜻깊게 생각하며, 간염 걱정이 없는 치과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과 교류할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