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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어른이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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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80)

한 여고생이 길을 걷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모르는 사람에게 묻지마 살해를 당했다. 잡힌 범인은 찜닭 집을 운영하는 30대 남성으로 소주 4병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고있는 나이 든 사람으로서 채 펴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런 사회가 되도록 방치한 기성세대들 모두에게 분노한다.

 

사회에 도덕과 윤리가 무너지고 상식이 깨지면서 우려했던 인간의 추악한 악의 본성이 자유라는 미명 아래 제어력을 상실했다. 전주에서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음식점에 무작위로 전화해 식중독으로 장염에 걸렸다고 거짓 협박한 범인이 검거됐다. 범인은 3,000곳에 전화해 별점테러와 영업정지 고발로 협박했다. 영세한 음식점 업주 456명이 속아서 합의금으로 뜯긴 금액이 약 1억원이었다. 학교에서는 문제 학생이 학사 처분에 대해 고소하는 일은 일반 상식이 되었고, 문제 학생 학부모가 “교사 주제에 어디서”라는 문구가 말문의 시작이 된 지 오래다. 작년 한 해 동안 초중고학생 자살이 214명으로 역대 최고로 8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아파트 값은 상식을 벗어나서 치솟는데도 정부는 대출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신생아에게 대출을 해주고, 20대에게 디딤돌이라는 속임수로 대출을 해주고, 생애 최초라는 사기로 20·30대를 빚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이런 망국의 행태에도 “20·30대는 집을 사는 나이가 아니다”라고 충고하고, 교육해주는 부모도, 스승도, 어른도 없다. 교육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선생님과 스승이 가르칠 수 없고 가족 간의 유대가 끊어지면서 밥상머리 교육도 불가능하다. 학폭 가해자는 소송을 통해 시간을 지연시켜 학교에 남고 피해자가 떠날 수밖에 없는 것도 상식이 되었다. 법이 교육을 판단하면서 교육은 난도질당했다. 학생 인권을 논하며 교권은 ‘교사 주제에’로 하락했다. 성직자들은 성추행으로 구속되고, 폭력으로 사회 지도적 위치가 흔들린다.

 

멀쩡하던 사람도 정치인이 되면 하나같이 서로 쌈박질이나 하는 시정잡배가 되어버린다. 젊은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는 사람을 무능한 ‘일충’이라 비하하고, 인플루언서나 100만 유투버로 일확천금을 얻는 것이 꿈이다. 돈은 영끌 주식이나 아파트 투기로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렉스한 삶을 위해 버는 돈은 저축 없이 모두 취미로 써버린다. 가계부채 1,900조, 기업부채 1,900조, 자영업자부채 1,000조, 정부부채 1,000조로 2023년 말 국가결제은행(BIS)에서 한국부채 규모가 약 6,033조라고 발표하였다. 그 후로 부채가 더 증가되었으니 완벽한 부채공화국이다. 경기는 빚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정책대출이라는 미명 아래 어린 20·30대에게 빚을 권장하고 있다. 그들은 100만원 빚을 갚으려면 1,000만원을 벌어야 하는 것을 모르는 나이다. 100만원을 벌면 100만원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빚이 무서움을 모른다. 어떤 어른도 그들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들이 10배를 벌어야 갚을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날이 오면 깊은 좌절에 빠질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선택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겠지만,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그 좌절이 본인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에 대한 분노로 변질되는 것이다. 자신을 탓하기보다 부모나 사회 탓으로 돌리면서 패륜범죄나 묻지마 범죄가 더욱 증가될 수 있다. 경제 침체 속에서도 유일하게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아파트 값이 이미 우리사회가 상식의 궤도에서 탈선하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며 몰락의 징조다. 앞서 30년 전에 일본이 그랬고 최근 중국에서 부동산이 폭락하고 있다.

 

어느 날, 영끌 세대가 ‘부동산은 오르기만 한다’는 집단최면을 넘어 투기적 광기에 이른 상태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날이 올 때가 걱정된다. 과연 그들에게 새로 시작할 희망이 남아 있을 것인가. 부모와 스승이 권위가 없으니 누가 그들에게 희망을 지니고 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어른 없는 사회가 무서운 이유다. 무고한 여고생의 이유 없는 희생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두렵다. 상식의 선을 넘으면 위태로워지는 것을 모르는 사회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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