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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멈춤의 미학: 브레이크 타임과 대의원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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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헌 편집인

서울시치과의사회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가 막을 내렸다. 지난 1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석하며 느낀 점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시간 안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개원의로서 대다수 대의원은 고된 진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곧장 총회장으로 달려온 이들이다. 그러나 오후 3시에 시작된 총회가 격려사와 시상 등 외부 인사들과 같이 하는 1부를 지나, 각종 보고와 의장단, 감사단 등 주요 임원진 선거가 끝난 2부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시계는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된다.

 

사명감으로 무장한 대의원이라 할지라도, 3시간여 브레이크 없이 이어지는 회순에 집중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허기와 피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정작 회원들의 권익과 생존이 걸린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의안 심의가 이때 이뤄지다 보니 깊이 있는 토론보다 ‘속전속결’ 처리가 미덕이 되는 서글픈 풍경이 반복된다.

 

품격 있는 논의와 치밀한 의사 결정을 위해 우리는 이제 ‘잠시 멈춤’의 미학을 총회 문화에 도입해야 한다.

 

브레이크 타임의 가장 대중적인 형태인 ‘커피 브레이크’는 1880년대 미국 위스콘신주 스토턴(Stoughton)의 노르웨이 이민자들로부터 유래됐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은 아침과 점심 사이, 오후 작업 중에 잠시 일을 멈추고 집으로 달려가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렸다. 이후 1950년대 미국 커피협회(Pan-American Coffee Bureau)가 ‘Give yourself a Coffee-Break’라는 광고 캠페인을 펼치면서, “잠시 멈추는 것이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든다”는 개념이 비즈니스 매너로 정착됐다.

 

영국의 ‘애프터눈 티’도 이러한 ‘브레이크’의 좋은 예다. 1840년대 베드포드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로부터 시작됐는데, 당시 영국은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길어 오후 4시쯤이면 극심한 허기와 피로를 느꼈는데, 이를 달래기 위해 차와 가벼운 간식을 먹기 시작한 것이 사교와 의사 결정의 에너지를 보충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스웨덴에도 ‘피카(Fika)’라 하여, 하던 일을 멈추고 커피와 간식을 즐기며 대화하는 브레이크의 문화가 있다. 볼보(Volvo) 같은 세계적 기업들도 이 시간을 의무화해 “피카를 위해 멈추는 시간이 실제 업무 시간보다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한다”고 말한다.

 

심리학과 뇌과학은 우리 뇌가 24시간 주기(circadian rhythm) 외에도 약 90분 주기의 ‘울트라디안 리듬(Ultradian Rhythm)’을 따른다고 한다. 90분 정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뇌는 약 15~20분간의 휴식 신호를 보내는데 이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치면 뇌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에너지를 쓰기 시작하고, 3시간이 넘어가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적인 ‘회피’와 ‘종결’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안 심의 때마다 “빨리 통과시키고 끝내자”는 유혹에 빠지는 것은 대의원들의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일 수 있다.

 

집중의 시간 틈새에 적당한 시점,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따뜻한 차 한 잔과 가벼운 열량 보충으로 혈당을 올리는 브레이크 타임을 가져보면 어떨까?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이러한 짧은 15분의 멈춤이, 향후 우리 치과계의 1년을 결정지을 안건들을 더욱 날카롭고 공정하게 들여다보게 할 동력이 될 것이다. 축사와 예우도 중요하지만, 총회의 본질은 ‘대의(代議)’에 있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는 4월 25일 치협 대의원총회부터는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인문학적 배려’가 배치돼 스파르타식의 강행군이 아닌 품격 있고 더욱 효율적인 총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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