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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묻지마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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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07)

요즘 부쩍이나 ‘묻지마’ 라는 단어를 뉴스에서 많이 듣는다. 일명 ‘묻지마 범죄’말이다. 불특정 다수를 항한 범죄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본인의 분노나 고통을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기 위하여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사회심리학적으로 양극화 현상의 심화된 상태에서 심리구조가 취약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실패나 좌절을 경험했을 때, 극단적인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분노 조절이 안 되어 타인에게 폭발되는 경우이다. 분노나 좌절이 본인에게 향하면 자살이 되고 타인에게 향하면 ‘묻지마 범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묻지마’의 시작은 ‘1. 이름을 묻지마, 2.나이를 묻지마, 3. 연락처를 묻지마’ 라는 은어에서 시작되었다.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하면서 어려웠던 집안생활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며 집집마다 자동차가 생기기 시작하던 80년대 초반에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강남이 처음 개발되기 시작하며 신흥 부유층이 강남으로 이주하던 때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던 여성들이 처음으로 자동차를 지녀 기동력이 생기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지만 외로움은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하여 소위 안전한 즉석만남을 시도하였다. 그것이 ‘묻지마 만남’이었다. 일명 ‘석촌호수 아줌마 야타족’이 유명하게 회자되던 시절이었다. 그 이후에 ‘묻지마 관광’ 등으로 집단적인 형태를 띠어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남들도 모두 하는 것이라고 위안을 하는 방법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일본에는 ‘난파(難破)’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인 의미는 배가 난파되는 것을 말하며 사회적 속어로는 ‘길거리 미팅’을 말한다. 어느 지역을 가든지 지역주민들만 아는 ‘난파 장소’가 있다. 예를 들어 부둣가와 같이 저녁에 차가 많이 안다니는 도로 같은 곳이 많다. 그리고 그 도로에 가보면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흔히 도로에 두 줄의 자동차가 나열되어 있다. 안쪽 줄의 자동차에는 여자 둘이 타있고 바깥 쪽 줄에는 남자 둘이 타있다. 그리고 앞차가 빠지면 한 칸 앞자리로 이동하여 서로 차창을 내리고 즉석에서 대화를 한다. 짧은 대화를 하여 마음에 서로 맞으면 조수석 사람들이 서로 차를 바꾸어 타고 그 자리를 떠난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창문을 닫고 다시 앞쪽 칸으로 이동하여 다른 상대와 대화를 한다. 통상 주말이면 50여 대의 줄이 생기니 몇 번 돌면 다수와 즉석미팅이 가능한 것이다.  그 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일반적으로 20대이지만 30~40대까지도 오며 혼자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돈이 들지 않고 짧은 시간에 협상할 수 있는 간편한 즉석 만남의 형태라 할 수 있다. 더불어 타고 온 차종이나 옷 등을 보면 그 사람의 경제적인 능력도 대략 알 수 있고 말이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묻지마’였다.

 

2만불시대인 지금, 5000불 시대였던 80년대보다 경제적으로는 더 잘 살지만 사람들은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표현을 한다. 이는 상대적인 빈곤감에 의한 것이다. 80년대는 자동차가 없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이다. 따라서 자동차로 인한 지출이 없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기에 통신비가 지출될 일도 없었다. 더불어 고등학생의 고액과외는 있었지만 초등학생의 고액과외는 없었다. 비록 버는 것은 적었지만 저축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모두 다 은행에 모아둔 돈들이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더 많이 벌지만 더욱 많이 지출되기에 모아둔 돈이 없을 뿐 아니라 항상 마이너스 상태이다. 그래서 더욱 사는 것이 어렵다. 거기에 요즘은 소비마저 노는 것 외에는 일체를 줄이는 극단적인 형태를 보인다. 의료비를 줄이는 것은 1순위이다. 병원에 환자가 주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사회현상이다.

 

경제적인 파산이나 실패로 사회에서 낙오자가 더욱 많아졌다. 그러나 그들을 긍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사회 안정장치가 없다. 그래서 그들 중 심리구조가 취약한 이들에게서 ‘묻지마’가 발생한다. 현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금은 모두가 조금씩의 자중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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