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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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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07)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내를 잃었다는 생각으로 죄책감이 차지했고, 나머지 반은 앞으로 닥칠 알 수 없는 불행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아마도 관식은 병원 입원실에서 눈을 감는 순간에 무사히 나머지 반의 가족을 보호했다는 안도감에 가장 편안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명작인 것은 보는 사람들마다 각자가 삶 속에서 한 번쯤은 경험했을 애환이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삶 속에서 남이 모르는 자신만의 아픔이 있다. 그런 아픔이 극 중 내용과 오버랩되면 그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된다.

 

딸과의 이야기는 ‘폭싹’을 지나 대리모에 이르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대리모를 합법화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대리모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아일랜드, 덴마크,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라오스 등이 대리모를 합법화했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금전적 보상은 금지하고 인도적인 기증만을 인정하는 곳이 많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은 우리나라처럼 대리모가 불법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일부 주에서만 합법이다. 금전적 거래가 가능한 상업적인 대리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우크라이나, 콜롬비아, 멕시코, 러시아 등에서 허용되지만, 우크라이나는 자국민에게만 허용하는 등 지역마다 법이 다르다.

 

요즘 대리모는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개념의 대리모가 많다. 불임부부나 동성부부들의 요구가 많다. 대리모를 지원하는 여성은 가족이 많고 그 외 인도적인 차원이나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딸은 대리모의 인도주의적인 긍정적인 면을 본 반면, 필자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지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세상사가 모두 그렇듯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있다. 밝은 쪽 뒤에는 반드시 어둠이 있다. 대리모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만 행복한 이가 더 많을지 마음 아픈 이가 더 많을지의 차이다.

 

필자는 마음 아픈 이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딸은 행복한 이가 더 많다고 보는 차이다. 옳고 그름이 아니다. 옳고 그름은 각각의 나라에서 역사와 풍습과 문화에 따라 법으로 규정했다. 현대 대리모는 과거 ‘씨받이’와는 전혀 다르다. 필자는 장기 기증과 같은 차원에서 수정란 대리모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모집 광고까지 하는 상업적 대리모는 반대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1950년대 매혈은 불법으로 규정되기 전까지 한때 가난한 자들의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다. 매혈은 그 당시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슬픈 정서의 소재였다. 지금은 매혈이 아니어도 살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지만, 대리모가 상업적으로 되는 것은 왠지 1950년대 매혈처럼 슬프다. 대리모에 대한 딸과의 대화는 필자의 슬픈 정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끝났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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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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