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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개원의 시작과 은퇴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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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지난해 겨울, 난생처음 소장(訴狀)을 받았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법원에서 발송된 두툼한 등기서류에 인쇄된 ‘피고인 박용호’가 생경하게 보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동안 내 자리 하나 못해놓고 뭘 했나 자괴감도 든다. 10년 전부터 재건축 정보가 돌더니만 조합에서 영업배상 감정평가를 거친 후 퇴거 시한을 지정해 압박한다. 그 기한 내에 나가면 명도소송을 취하한다지만 불쾌함은 어쩔 수 없다. 변호사 사무장이 자기네 맡겨주면 배상액도 늘리고, 퇴거기한도 연장 가능하다고 권유해서 솔깃하기도 했다. 착수금 400만원에 기본 6개월 연장 시 성공보수 400만원이란다. 주변에 이미 철거 후 건축이 시작된 곳도 있고 군데군데 공가처리 된 상가와 출입금지 표지로 썰렁하다. 단골 환자들도 치과가 어디로 가느냐, 언제까지 하느냐며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차제에 쿨하게 은퇴하고 봉사할까? 5년 전 출판기념회를 하며 70세까지만 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절묘하게 그 시점이 재건축 돌입과 딱 맞은 것이다. 막상 내 문제로 닥치니 생각이 많아졌다. 선배들께 자문을 구하니 여행과 취미로 노는 것도 힘들고, 아직은 아까우니 좀 더 해보란다. 한 동기는 본인이라면 그만둔다고 하고, 다른 동기는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으면 더 하란다. 신세대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꾸며 좀 하다가 후배에게 넘기라고 조언하는 동기도 있었다. 사회 지인들과 고교 동기들은 자기 입장에 따라 갈린다. 고마운 충고들을 듣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전 개원은 엄두가 안 난다. 근처는 재건축으로 황폐화되니 망설여지고, 제3지역은 신참도 아닌데 격에 안 맞고, 공직은 뜻이 있건만 자리 자체가 희귀하다. 조석으로 생각이 바뀐다.

 

참, 인생이 금방이구나. 40년 전 신경외과 군의관 선배가 “박대위, 여기 소아과 건물에 치과 개업 자리 나왔는데, 한 번 가보라”고 의사신문 토막광고란을 찢어줬다. 그 인연으로 자리 잡아 일하며 토요일 오후 루틴으로 근처 개화산 산책을 즐겼다. 집에 가지고 갈 가운과 세탁물이 새삼 연민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이게 그간 행복이었구나. 내일 오후엔 집사람의 다림질 정성이 더해질 것인데. 그 루틴을 단절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니 울적해졌다. 어젯밤, 학생 때 유도선수였던 동창의 부고 소식을 접한 탓인가. 제일 두려운 것은 은퇴하면 닥칠 무력감이었다. 진료능력이 치과의사에겐 권력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를 포기하기가 두려웠다.

 

20여 년 전 사석에서 농담과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선배가 계셨다. 개원 정년이 언제냐는 이야기에 그 선배는 대뜸 “그만두긴 뭘 그만둬? 이 빼다 죽으면 순직이고 영광이지.” 그때는 그 말이 거칠고 우악스럽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아니다. 암만해도 중간 단계가 필요한 듯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도 가고 싶다. 그런데 통찰해보니 계속 일하면 죽을 때 ‘뭘 그리 열심히 일했나’ 후회할 듯하고 그렇다고 일을 안 하면 놀기 힘들어 접은 것을 후회할 듯하다. 어차피 행동하는 것이 인간이고, 살아있는 것인데 그래도 무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올해 치협 총회에 몇몇 지부에서 회비면제자 연령을 현행 70세에서 75세로 변경하는 안건이 올라왔다고 한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정작 필자가 그 연배에 이르니 추세가 당연하다는 느낌이다. 그럼 은퇴 적정연령도 75세가 아닐까. 그 이상은 후배들에게 재정의 누를 끼치니 불편할 듯하다. 그전에는 이 제안이 각박하고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고령화, 수명연장에 따른 당연한 조치다. 강서구치과의사회에서도 몇 년 전 이 문제로 회장단이 원로들을 초대해 간담회를 열었다. 재정압박이 되고, 이익충돌이 된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별 이견이 없었다. 상갓집에 가서 다들 자기는 죽지 않을 듯이 죽음을 남 얘기하듯 한다. 다들 자기는 은퇴 안 할 것처럼 일하지만 은퇴를 공부해야 현재가 진지해지지 않을까. 고민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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