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의협은 서울역 광장에서 ‘국민건강 위협하는 의료악법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그동안 정부 측과 대립각을 세워온 의협은 포괄수가제와 응급실 관련법의 졸속시행 등 일련의 제도적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내외적으로 저항의지를 알리려고 한다. 대선이 백일도 남지 않은 시기에 의료인들의 대규모 시위는 후보들에게는 부담되는 행동일 수밖에 없고, 그들을 압박하여 향후 교섭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된다. 이에 앞서 의협은 자신들의 정당함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현재 저수가 의료보험 급여로 왜곡된 의료행태를 지속적으로 고발하여 왔다. 회장은 전국민에게 비난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스스로의 치부를 들어내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의협 회장도 주장하듯이 원가에 미치는 못하는 저수가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병원들은 돈벌이가 되는 검사와 급여가 안 되는 수술에 몰두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실제로 OECD의 통계를 보면 한국의 CT보급은 4위, MRI는 5위이다. 그럼에도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꼴찌에서 네번째이고, 의료비중 공공지출의 비율도 끝에서 네 번째이다.
치과는 좀 더 심각하여 전체 건강보험진료비 중 치과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 미만이다. 그리고 치과에서 보험급여가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 근처로 대부분의 치과 수입을 비보험에 의존한다고 말하여도 크게 틀림이 없다. 사회인식도 치과는 비싼 곳이고 그래서 돈을 버는 치과의사들은 부도덕하다고 본다. 이런 열악한 개원환경에서 불법네트워크라는 것이 생겨서 그나마 남아있는 치과의사의 자존심과 도덕심을 송두리째 흔들어대는 것이 지금의 치과계이다.
지난 7월 치협의‘불법네트워크치과 척결위원회’는 새 위원장을 중심으로 2기의 닻을 올렸다. 그리고 1인 1개소가 법령이 시행에 들어간 지 한 달 하고도 반이 흘렀다. 메디컬 쪽에서는 이미 대다수의 네트워크들이 양도처리 되었고, 불법사무장 병원들은 줄줄이 걸려들어 퇴출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치과 쪽은 조용하다. 이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간간히 추가 성금이 전달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그것뿐이다.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구 말대로 큰 거 한방 날리려고 주먹을 아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100개 넘는 치과의 직원이나 치과의사들을 통한 내부 고발을 한건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동안 그들이 철저히 준비해서 그 많은 치과가 티끌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히 양도되어 정리되었단 말인가?
지난 8월 치협 회장은 정부의 미온적 대처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하였고 실제로 옥외집회를 위한 준비까지 하였던 것으로 안다. 회원들은 치협을 따라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치협이 리더십을 보여주었을 경우이다. 치협이 더 이상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한다면 회원들 또한 더는 치협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불법네트워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치협이 회원들을 만족시킬 결과를 내어놓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