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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한국 치과 100년, 그 최초의 치과의사 함석태 선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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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_ 손병진 원장(SNU치과)
대한치과의사학회 학술이사

‘함석태’ 선생은 많은 치과의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분입니다. 필자도 치과 역사를 공부하기 전까지 이분에 대해 잘 몰랐으며, 송정동 치과의사회관을 방문할 때 로비에 있는 흉상으로만 기억했습니다. 이 기고문을 통해 독자들이 함석태 선생의 업적을 이해하고, 대한민국 치과 역사와 치의학에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함석태 선생은 한국인 최초의 치과의사, 한국인 최초의 치과 개원의, 대한민국 최초의 치과의사 단체 초대회장 등 여러 ‘최초’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선구적인 행동이 현재의 우리를 있게 했습니다.

 

함석태 선생은 1889년 평안북도 평양 근처 영변에서 부유한 가정의 독자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는 일본치과의학전문학교(현 Nippon Univer-sity, 일본치과대학)를 1912년에 졸업한 두 번째 졸업생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면허를 취득하였으며, 국내에서는 치과의사 제도가 마련되기 이전의 시기였습니다. 1913년에 의료 관련 각종 규칙들이 공표되었고,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아 면허를 취득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함석태 선생은 1914년 2월에 제도가 마련되자마자 치과의사 면허 제1호로 등록하였고, 그해 6월 19일 서울 삼각정 1번지(현 청계천 한빛광장 부근)에 3층 목조 건물을 신축하여 개원하였습니다. 당시 본인 토지에 직접 건물을 지어 개원한 것은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으며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입니다. 함석태 선생의 결단력과 비전을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함석태 선생은 개원 이후 구강위생 계몽 활동에 헌신하셨습니다. 구강위생에 관한 강의와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치과를 소개하고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노력하셨습니다. 1925년 경성치과의학교에서 첫 졸업생이 배출되자 함석태 선생을 포함한 한국인 치과의사 7명(함석태, 안종서, 김용진, 최영식, 박준영, 조동흠, 김연권)은 일본인이 주축인 조선치과의사회와는 별도로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한성치과의사회를 조직했습니다. 이 단체는 현재 서울시치과의사회의 전신입니다.

 

함석태 선생은 독립운동가로서 여러 사람을 돌보았습니다. 함석태 선생손자의 증언에 따르면, 1919년 9월 2일 서울역에서 사이토 미노루 조선 총독을 저격한 강우규 의사의 어린 손녀 강영재를 맡아 친딸처럼 키웠다고 합니다. 그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치아를 치료하고 틀니를 만들어 주었으며, 체포되어 투옥됐던 안창호 선생의 파절된 틀니를 수리해 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순종 임금, 순종비, 조만식 등을 치료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함석태 선생은 독립운동가 오세창(1864-1953)의 권유를 받아 문화재 수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특히 도자기에 대한 애호가 깊어 자신의 호를 ‘토선(土禪)’이라 하였습니다. 함 선생은 근현대 미술 애호가 및 수장가 14인에 포함되었고, 일제강점기 전람회에서 그의 수장품들은 간송 전형필의 수집품과 견줄 만큼 국보급이 많았습니다. 겸재 정선의 금당전경액과 호계삼소, 현재 심사정의 매도와 묵연, 단원 김홍도의 화조대폭, 추사 김정희의 행서칠언대련 등 함 선생이 보유했던 수장품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함석태 선생은 광복 직전 일제의 소개령(연합국의 조선 폭격을 줄이기 위해 경성 시민들을 분산시키는 명령)으로 소장품과 문화재를 가지고 고향 평양 영변으로 이동했습니다. 광복 후에는 북한 공산정권에서 탈출하기 위해 황해도에서 배편으로 서울에 가려고 했으나, 이후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인민군 측에 발각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5년 올해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서울시치과의사회 100주년이 된 뜻깊은 해이기에, 대한치과의사학회(大韓齒科醫史學會)에서는 조선인 최초의 치과의사였던 함석태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보고자 2025년 4월 4일 일본 동경행 비행기에 탑승하였습니다.

 

필자가 학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치과역사를 공부하고 다루는 대한치과의사학회에서 뜻깊은 100주년을 맞이하여 권훈 회장, 변웅래 부회장 및 김성영, 김동형, 박대규, 장향길, 조서진 이사와 함께 2025년 4월 4일(공교롭게도 필자가 비행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는 그 시각에 한국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선고를 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치과대학에 방문하였습니다. 일본치과대학의 행정처장과 직원이 마중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일본치과대학은 동경의 사립 치과대학 서열 2위의 명문대학이라고 소개해 주셨습니다. 평일 오후여서 치과대학 로비 및 도서관에는 치과대학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학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지하 수장고로 이동하여 100여 년 전의 오래된 책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치과대학생들의 강의실 모습과 실습 장면들이 기록된 사진을 보니, 최신 시설의 실습 장비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시절 함석태 선생께서 경험한 치과대학생 시절을 상상해 보며 먼 타국에서 온 유학생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석태 선생의 흔적은 수장고의 졸업생 동문명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업 함석태 조선’이라는 기록을 보며 역사의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일본치과대학 측이 지하 수장고를 열어 100년 넘은 자료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새벽부터 집에서 출발하여 쉼없이 일정을 소화한 후, 신주쿠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학회 구성원과 여행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다음날 일행은 후지산 투어를 했고, 마지막 날에는 신주쿠 공원에서 왕벚꽃을 보며 봄을 감상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신주쿠 공원의 벚꽃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벚꽃의 수령이 대략 130년정도 된 오래된 나무들인지라 그 크기도 사람 둘이 아름드리해도 모자랄 정도로 굵었습니다.

 

글을 맺으며…

함석태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치과의사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그는 나라와 동포를 사랑했으며, 문화재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치과의사로서의 삶은 동포들의 구강보건에 힘쓴 것이었습니다. 함석태 선생 및 같은 시대의 치과계 선구자들의 노력이 현재 대한민국 치과의사의 위상에 기여했습니다. 그의 치과의사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이 후대 치과의사에게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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