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현재, 미국 증시는 장기 상승 추세의 정점을 지나며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된 이후 자산시장은 ‘완화 기대’라는 단기적 훈풍을 누려왔지만, 미국 정부의 셧다운 장기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AI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 또한 거세지고 있다. 현재의 주식시장은 단순한 조정 국면을 넘어, 금리 사이클의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전의 변동성 확대 구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으로 표현되는 금리 사이클에서 2025년 11월 현재는 B→C 구간의 최후반부에 위치한다. 이 시기는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금리 인하가 시작되지만, 동시에 유동성 자극으로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국면이다. 역사적으로도 B→C 후반부는 대중의 낙관과 탐욕이 극대화되는 시기로, 그 직후 도래하는 ‘경제위기 C’ 구간에서 실물 경기 침체와 자산 가격 급락이 뒤따른 경우가 많았다.
S&P500 지수는 올해 여러 차례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한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10월 이후 조정 압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단기 변동성의 확대는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 투자 심리의 피로 누적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S&P500의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가 이를 잘 설명한다. 7월 탐욕 국면에서 75 이상(극단적 탐욕)을 기록했던 이 지수는 11월 초 현재 20대 초반(극단적 공포) 수준까지 급락했다. 대중의 탐욕이 공포로 전환되는 시점마다, 시장은 언제나 추세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공포·탐욕지수의 흐름은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이어진 상승장과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2024년 8월과 마찬가지로 2025년 4월의 상승장 역시 극심한 공포 구간(지수 3~5)에서 출발해 75 이상인 극심한 탐욕 구간으로 치솟았지만, 이후에는 S&P500의 고점이 높아지는 반면 공포·탐욕지수의 고점은 점차 낮아지며 하락 다이버전스가 형성됐다. 이는 결국 추세 전환의 전조 신호로 작용했다.
2025년 9~10월의 흐름 또한 당시 프랙탈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탐욕지수가 고점을 낮추며 하락하고 있음에도 S&P500은 신고가 부근에서 변동성을 키우며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통상적으로 ‘고점 부근 분배(Distribution) 단계’로 해석되며, 시장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구조적으로도 위험 신호는 분명하다. 금리 인하 자체가 경기 둔화의 결과이며, 인하가 장기화될수록 실물경제의 침체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연준의 첫 번째 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 통상 6~12개월 내에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이는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히려 경기 하강 국면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시점에서 자산배분 전략의 초점은 수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금리 사이클 C 국면 전환에 대비한 리스크 축소에 맞춰져야 한다. 자산배분은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이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이다. 특히 패시브 투자자는 “무릎 아래에서 사고, 어깨 위에서 판다”는 원칙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고점을 정확히 예측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고점 근처에서 점진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며 방어적인 포지션을 확보하는 것이다.
S&P500은 이미 2020년 팬데믹 저점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자산배분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구간에서의 추가 수익 여력은 제한적이며 위험 대비 기대수익 비율이 빠르게 악화되는 국면에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반등이 나타날 때마다 점진적으로 비중을 축소하고, 금이나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리밸런싱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금은 역사적으로 위기 국면에서 강력한 헤지(hedge) 수단으로 작용해 왔으며, 달러는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시기에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올해 4월의 급락 국면을 떠올려보자. S&P500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후 빠른 반등으로 손실을 회복했다. 당시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제한적이었으며, 트럼프의 관세전쟁 선포로 인한 시장 외적 충격이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2025년 11월 현재, 금리 사이클의 다음 단계인 ‘경제위기 C 국면’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금리 인하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단순한 기술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중기 조정 또는 장기 하락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기다. S&P500과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면, 장기 보유용 비중(예: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30%)을 제외한 나머지를 점진적으로 현금화하고, 향후 하락 국면에서 재진입할 수 있는 유동성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금리 사이클 전환기에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리밸런싱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미 현금과 달러 비중을 충분히 확보한 투자자라면, 불필요한 매매보다는 주기적이고 원칙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다음 금리 사이클 국면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단기 수익을 노릴 시기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이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반등이냐, 하락의 시작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방향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완벽히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어떤 국면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하며 다음 사이클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 사이클의 후반부는 언제나 대중의 감정이 가장 크게 요동치는 시기다. 낙관은 서서히 불안으로 바뀌고, 시장은 보이지 않는 균열을 통해 전환점을 예고한다. 지금은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유동성을 강화하고, 위험자산의 과열을 경계해야 할 때다. 동시에 다가올 C 이벤트 이후의 새로운 사이클을 준비해야 한다.
자산배분의 진정한 가치는 시장이 상승할 때가 아니라, 시장이 흔들릴 때 비로소 드러난다. 변동성의 파고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투자자만이 다음 국면의 기회를 잡을 자격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