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은 지난달 21일 윤리위원회에서 회원징계에 대한 심사를 했다고 발표했다.
심사 대상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한 혐의자 4인과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한 혐의자 1인이었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모르쇠로 일관한 혐의자에 대해서는 다시 소명의 기회를 주는 관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의 도덕성은 그 집단의 사활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렇기에 협회정관에는 법제위원회의 업무에 ‘치과의사 윤리 등에 대한 사항’이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독립성을 가진 윤리위원회를 두고 치과의사들의 윤리적, 법적 위반행위를 심사하게 하고 있다. 협회정관 68조 3항에 의하면 윤리위원회는 출석, 경위서 및 소명자료 제출 등의 요구를 받고도 2회 이상 불응한 경우 징계를 하게 돼있다. 그리고 동 조항의 4항에는 의료법 및 보건의료관계법령이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징계하게 돼있다. 또 면허재신고제 실시와 함께 시행된 의료인단체의 자율징계요구권으로 징계가 필요한 의료인에 대한 복지부장관의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징계는 범법을 저지른 후 받게 되는 형이나 벌금과는 별도의 사항이다. 이번에 윤리위에 회부된 5인의 혐의자 모두 의료법을 위반한 자들이다. 그런데 증언과 증거가 확보된 범법자들에게 다시 한 번 소명의 기회를 준다는 협회의 관용은 도대체 무엇인가? 만약 범법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다시 주는 것이 옳다고 한다면, 윤리위원회는 그동안 혐의자들에게 적절한 자료요구나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덜컥 위원회부터 열어왔단 말인가?
현행법을 위반한 혐의자들에 대해 결정적인 범법증거까지 찾아서 범죄사실을 입증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복지부에 요구한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 상식적으로 이런 범죄 사실은 수사를 통해 입증을 할 것이 아니라 고발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확실한 증거가 없어 징계를 요구할 수 없다면, 새 법의 시행으로 과거 징계요구권이 없던 시절에는 단순한 고발에도 조사에 나섰던 복지부 등 정부기관들의 일이 더욱 없어진 꼴이다. 현실적으로 사법권도 수사권도 없는 일개 사단법인인 치협이 조사나 수사를 하고 증거를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어떻게 증거를 수집한다 하여도 법적으로 무의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치협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쓰기 보다 더 많은 혐의 치과와 원장을 고발하고 그 고발이 정확히 수사돼 바르게 처벌되는 데에 힘써야 할 것이다.
불법네트워크의 문제도 그렇다. 표면적으로 소유관계가 정리가 되어있든 아니든 핵심은 돈의 흐름이다. 소유주와 명의원장 사이의 돈의 흐름만 찾아낸다면 범법이 성립되는 것인데, 이 돈의 흐름은 계좌추적을 해야 밝혀진다. 그러나 계좌추적도 차명계좌 확인도 수사기관이 할 일이지 치협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치협이 해야 할 일은 혐의가 되는 사항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지, 자체적으로 수사를 하고 이 결과에 대한 소명의 기회를 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치협의 존재 목적은 언제나 명확하다. 요즘 많은 치과원장들이 병의원 경영문제로 표정이 어둡다. 그들이 얼마나 더 인내심을 보여줘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