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에 있었던 2013년 최종 요양급여비용 계약에서 치협은 공단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건정심행을 선택하였다. 공단이 제시한 조건없는 2.5% 인상안과 총액예산제 준비 등 두 가지 조건하에 2.8% 인상안 중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최저 인상인 2.6%까지 양보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치과의 수가인상률은 2011년에 3.6%, 2010년 2.9%, 2009년에 3.5%로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인 2011년 4.0%, 2010년 3.0%, 2009년 2.8%, 2008년 4.7%와 비교할 때 거의 비슷하거나 낮은 상태를 누적해 오고 있다. 그나마 의협이나 병협의 인상률에 비하여 치협은 상대적은 높은 인상률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 심평원의 상대가치연구에 의하면 치과의 원가보존률은 61.2%로 의과에 비하여 13%가량 낮았던 것을 보면 지난 수년간의 치과수가 인상률로는 원가의 70%도 보존이 안 된다는 것은 쉽게 가늠이 된다.
치협의 자체연구결과로 2013년의 수가인상률은 7%대는 돼야 한다고 판단하였지만,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3.5%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완전틀니급여가 도입된 데 이어 내년에 부분틀니에 약 6,000억원, 스케일링 급여화에 약 2,300억원 상당의 재정추계를 하고 있는 정부가 보장성은 확대하면서 수가의 현실화에는 부정적인 이유는 소수의 치과의사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다수의 국민에게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적인 이유라는 추측밖에는 안 된다.
공단이 총액예산제를 염두에 두고 제시한 두 가지 조건도 치협이나 의협으로서는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조건이다. 총액예산제는 공단이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 수 있는’ 제도로, 진료를 얼마를 하던 공단은 일정 예산만 지급한다. 진료를 많이 할수록 단가는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사들끼리의 경쟁은 치열해진다. 의협은 공단이 궁극적으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공단에 협조적이고 공단의 수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관이나 의사들 하고만 계약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당연지정제이므로 의협이나 치협이 협상대표자로 협상하지만 개별계약을 하게 되면 공단은 각 병원, 의원과 계약을 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부족한 개인병원이나 의원은 공단의 의도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런 예는 미국에서도 있었다. 미국은 M&A를 통해 거대해진 민간보험사가 상대적 우위에 있던 1993년에서 2000년 사이 수가를 거의 인상하지 않아 GDP 대비 의료비가 감소하게 된다. 8년의 암흑기를 보낸 미국의 의사들이 IDN(Integrated Delivery Network)을 위시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강력한 교섭력을 가지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보험사들은 수가를 올려줄 수밖에 없었고 의료비는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다.
정부든 민간의료보험사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의사들이 단결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그 가격에는 공급을 못하겠다고 버티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의사들의 파업이 그 예이다. 의료시장에서 덤핑 진료를 하는 “나부터 살고 보자”라는 생각은 “나도 죽고 싶다”라는 이야기와 다름이 없다. 당장은 환자가 자기에게 오는 것 같겠지만 결국 원가를 맞추지 못한 진료는 이익을 내지 못해 파산을 하든지, 부실진료로 의료소송에 휘말려 배상하느라 빚더미에 앉게 된다.
치협의 수가협상이 우리들 마음에 쏙 들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치협을 믿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줄 때, 공단도 소수의 치과의사라고 무시하던 생각을 접을 것이다. 이번 수가협상단의 결정은 옳았다. 그리도 앞으로도 치협의 용감하고 명철한 행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