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과계의 소식을 듣다 보면 마치 영화 ‘진주만’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언론보도, 주요 일간지 광고와 기사들, 고소와 고발, 공정위의 압수수색,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시위 그리고 말없이 문을 닫고 사라지는 치과들의 모습은 여기저기에서 폭탄이 터지고 방금까지 같이 있던 전우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PD수첩 ‘의술인가, 상술인가?’ 편은 시원하고 강력한 펀치였다. 상대는 강한 충격을 받았음에 의심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상대가 맷집은 생각보다 좋았다. 즉각적인 반격도 대단하여 거액을 들여 주요일간지 1면에 동시에 광고를 내었다.
자신들이 낮은 진료비를 받은 것이 왜 잘못이냐며 항변하고 있다. 그리고 여론도 우리에게 그리 유리한 것은 아니어서 대중들은 싸면 좋은 게 아니냐며 치협과 기존 치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고, 일부 언론들마저 ‘밥그릇 싸움’이라는 시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아이들 우유 값이 비싸다고 하여 멜라닌 분유를 만들어 파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치과진료비가 비싸다고 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금지된 재료를 사용하고, 위임 진료를 하는 것도 부족해 불필요한 부위까지 과잉진료를 하는 것이 낮은 진료비로 진료하였다는 것으로 면제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UD치과 네트워크에 반대하는 치과의사들의 결속력이다. 일부 치과의사들은 치협의 전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독자적으로 싸우겠다고 하며, 또 다른 일부 치과의사들은 이 싸움이 오히려 치과의사들을 더 힘들게 한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으며, 그리고 더 많은 치과의사는 이 싸움에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치협에 힘을 실어 줄 때이다. 치과계에 부정적인 일부 언론과 국민의 여론에 같은 목소리로 항의할 때이다. 아직도 밥그릇 싸움이라고 생각하거나 본인은 관계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면 온도가 올라가는 가마솥 안에 들어있는 개구리와 같은 꼴이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 싸움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옳고 그름의 싸움이다. 그들의 논리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진다면 기존의 보편적인 치과는 폭리를 취하는 파렴치한 치과가 되는 것이고, 그들과 비슷한 영업을 하고 그 정도 수준의 진료비를 받으며 필요도 없는 치아도 치료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의 목을 벨 수 있다면 팔이라도 내어 주어야 하는 곳이 전쟁터다. 지금까지도 이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임진왜란 경상도 현풍의 양반인 곽재우는 사재를 털어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켰고, 산속에서 수양하던 사명대사도 승병을 조직하여 싸웠다.
전투에서 피아(彼我)를 식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애매한 위치에서 모호한 행위를 한다면 적으로 오인당해 공격받을 수 있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본인의 처신이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는 행위로 보이지는 않는지 곰곰이 짚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