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지난 수년간 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이뤄졌다. 지난 2010년 총 진료비 43조6,570억원 중 치과는 1조3,790억원으로 3.1%에 불과했지만, 이후 2017년까지 치과 진료비 파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노인틀니 및 노인 임플란트 급여 실시 이후인 2014년부터 치과의 보험급여 진료비는 급격히 늘었다.
2017년 치과 진료비는 전년도인 2016년 대비 13.7%가 증가했고,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치과의 연평균 심사진료비 증가율은 16.3%를 기록한 바 있다.
2017년 대비 2018년 치과 진료비 증가율 ‘4.8%’
이 같은 기록적인 치과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은 최근 수년 간 수가협상에서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급기야 지난해 수가협상 즉, 올해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협상에서 치협 수가협상단(단장 마경화)은 결렬을 선언하고 협상장을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치과의 진료비 증가율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치협 협상단 김수진 보험이사는 “지난 2017년도 대비 2018년도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은 11%인데, 이중 치과의 경우 최저치를 기록한 4.8%를 기록했다”며 “유형별 기관당 진료비 증가율을 봤을 때도, 치과의원은 3.1%가 증가해 가장 낮은 수치에 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치협은 3%대 초반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협상에 임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측이 최초로 제시한 치과 증가율 수치는 1.1%였고 이후 8차까지 이어진 협상에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2019년도 치과 수가는 공단이 치협에 최종적으로 제시했던 2.1% 인상으로 건정심에서 결정됐다.
낮은 진료비 증가율 외에도 인상요인 다분
이처럼 치과가 건강보험 유형별 진료비 증가율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 외에도 2020년 수가인상 요인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치과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최근 수년간 크게 늘어난 비급여 항목의 급여전환으로 인한 일종의 착시 현상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수치로 확인됐다”며 “소비자 물가지수를 보면 보철치료비가 최근 수년간 낮아지고 있고, 하락폭 또한 크다. 건강보험 유형별 요양급여비 중 원가보전율이 최하위권인 치과에 대해 세간에서는 ‘그래도 비급여가 충분한데’였지만, 이제 그같은 주장도 현실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치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저임금 인상, 감염예방 강화로 인한 1회용 의료용품 사용량 증가, 구인구직난으로 인한 부대비용 상승 등 치과 개원환경은 매우 심각하다"며 "이런 현실 속에 비급여의 급여화가 지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에 치과로서는 2020년 수가를 결정하는 올해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GR’, 치협 타 단체와 온도차
치협보다 일찍 1차 협상에 들어간 의협, 병협, 한의협, 약사회 등은 현재 수가협상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인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한 진료비 증가율) 모형에 대해 공통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치협은 타 의료인단체와 온도차를 보인다.
치협 협상단 마경화 부회장은 “치협 또한 SGR 모형이 가장 큰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수가협상 최종기일을 약 2주정도 남겨놓고 있어 현시점에서 다른 기준으로 논한다는 것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미 제도발전협의체에서 SGR 모형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 논의가 있어왔지만, 올해 수가협상에 별다른 개선책이 도출되지는 못한 상태다.
마경화 부회장은 “SGR 개선의 필요성이 공론화되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좀 더 일찍 논의가 시작됐어야 했다”며 “수가협상 최종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현재 시점에서 연구방법, 지표, 지수 등을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고, 때문에 현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해 회원 살림살이를 좋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남은 기간 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십수년간 치협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마경화 부회장은 지난 23일 공단과의 1차 협상 후 브리핑에서 돌연 “올해 협상이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신상발언을 해 주위를 당혹케 했다.
마경화 부회장은 “치협은 오랫동안 협상단이 거의 바뀌지 않았고, 본인으로서도 이번이 벌써 13번째 수가협상”이라며 “이번 협상 이후 정부가 제3차 상대가치 개편을 추진하는 등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