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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사 설] 전문의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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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의료기관인 개원가에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치과들이 우후죽순 생길 수 있는 상황을 헌법재판소(헌재)가 만들었다. 의료법 제77조 3항에서 규정한 전문과목을 표방한 치과의원은 표시한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해야 한다는 내용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판결 이후 당장 교정과나 소아치과를 제외한 과목의 전문의들이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것이 한계가 있을지라도 최소한 전문의 자격증을 내세워 무수한 광고를 쏟아내고 홍보할 것이 눈에 선하다. 헌재의 표현대로 상위 자격을 갖춘 전문의들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대다수 일반 개원의들은 졸지에 하위 자격을 가진 치과의사가 되어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판결문의 위헌 이유 중 현행법 하에 의료소비자들이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해 수 개의 치과의원을 전전해야 하고 진료비용이 증가하게 되며 환자의 불편을 초래한다고 하였다. 이는 올바른 치과의료 전달체계를 왜곡하고, 전문의제도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받기 원하는 환자는 2차나 3차 의료기관으로 의뢰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이다. 지금까지 일반 치과의사들만으로도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해 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전문의를 1차 의료기관에 끼워 넣을 논리만 부각시켰다. 의료전달체계의 정립 및 치과전문의의 특정 전문과목에의 편중 방지라는 공익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어찌됐든 치과계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을 만들게 되어 심히 유감스럽다.

 

치과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만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있도록 하는 이언주 법안도 사실상 추진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2년 연속 통과되었던 소수정예안은 시행해보지도 못하고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이제 치과전문의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졌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어떤 제도가 더 바람직한 지 논의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 되었고 헌재 판결에 따른 적절한 대응만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제는 법률적으로 가장 타당한 시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복지부가 제시한 다수 개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되었다.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치과들이 기존 개원가에 상위 개념으로 모든 진료를 행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기수련자들이나 비수련 개원의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의 방안들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 무엇보다 2017년도에 발생할지 모르는 파행을 막기 위해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수행자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시급하다. 특히 11번째 전문과목의 신설과 운영은 법을 준수하면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AGD 자격취득자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위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뜨거운 감자가 될 소지가 있다. 논의에서 소외될 수 있는 치의학대학원이나 치과대학의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 대상이다.

 

오랫동안 방황하던 치과의사 전문의제도는 자의든 타의든 이제 종착역에 다가섰다. 치과의사 전문의제는 그동안 회원들의 여러 목소리를 담아왔고, 바람직한 제도 시행을 위한 다양한 논의도 있었다. 더이상 의료법에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치협은 현실을 직시하고 대다수 선량한 치과의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간 치협이 대다수 회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총회 의결을 준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법리적 판단을 준수하면서 치협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해서라도 치협의 로드맵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치과계의 백년대계를 가늠할 치과전문의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치협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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