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지방법원은 조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중인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상해)로 기소된 같은 학교 의전원생 박모(34)씨에 대해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박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박씨가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선처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 남학생의 폭행에 대해 학교 제적의 위험을 고려하기보다는 미래의 의사로서 가져야 할 자질과 연계해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판단했어야 했다.
또한, 학교 측의 초기 대응도 아쉽다. 피해자인 여학생은 학교 측에 수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박씨와 맞닥뜨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으나, 학교 측은 최종 3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연인 사이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이를 거부하고 가해자가 버젓이 학교를 활보하게 방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거세지자 떠밀리듯이 가해자인 남학생을 제적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치과계의 교육과정과 전문의 수련과정에서의 수직적 군대 문화 또한 사라져야 할 병폐이다. 통제와 집중을 위한 수단으로 치과병원과 대학에 만연되어 있지만 선후배 간 폭행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계속해서 노출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모 치과병원에서 한 전공의가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동아리 후배들을 줄 세우고 뺨을 때려 고막 파열을 일으키고, 이를 말리는 또 다른 후배의 머리채를 끌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폭력 사건이 있었다.
병원 측에서는 병원 밖 동아리 술자리에서 발생한 사건까지 제재할 필요성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지만 대학에서부터 병원으로 이어지는 ‘군기 잡기’는 오히려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 ‘군기’가 위축되고 불안한 상태를 조장해 의료 사고를 더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폭력이 발생했을 때, 의료인의 직무수행에 있어 적절한 행동이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할뿐더러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조선대의 경우처럼 언론에 노출되고 여론이 악화될 때에야 겨우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을 두고 일반인들은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실상은 ‘제 살 깎아먹기’나 다름없다. 의료인으로서의 엄격한 직무윤리를 적용할 잣대의 부재가 결국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치의학은 인간의 몸을 연구하고 질병으로부터 인간의 몸을 지켜내기 위한 고귀하고 숭고한 학문이다. 의료인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의 학생이 배워야 할 것이 비단 필요한 의술이나 약물 뿐만은 아닐 것이다. 치과대학(치전원)은 이러한 질병치료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한 자질을 가진 의료인을 양성해야 한다. 대학에서부터 익힌 전문적인 직무규범과 자율 규제를 바탕으로 한 높은 수준의 직무윤리가 몸에 베일 때에야 비로소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다.
내 몸을 치료하는 담당 치과의사가 사람과 환자를 존중하고 귀히 여길 수 있는 인권감수성을 지니고 수준 높은 윤리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면, 이 치과의사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