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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어느 비오는 날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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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79)

비오는 날 아침 출근길이었다. 우산을 접고 지하철 통로를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밑에 무엇인가 지나갔다. 우산이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계속 발로 우산을 차면서 지나간다. 일순간 심한 충격에 그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초등학생 시절에 친구들과 장난삼아서 하거나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는 화가 나는 것을 참지 못해서 행했던 행동을 20대 중반 여성이 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것도 대중이 많은 지하철 통로에서 말이다. 통통한 체형에 약간 작은 키로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행동이 화가 난 얼굴처럼 보이게 하였다. 그런 그녀의 이런 모습이 지금 우리사회를 대변하는듯하여 마음이 아팠다.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머리에 떠오른다. 만약 10여 년 전에 동일한 장면을 목격하였다면 그냥 개인적인 정신 병력을 지닌 환자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역량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연인에게 프러포즈하고 거절당하자 강제로 상대를 감금하고 손가락을 자른 사건이 있었다. 변심한 연인의 마음을 돌리려고 편의점 강도피해 자작극을 행하였다. 갓난아이가 운다고 떨어뜨려서 죽게 하고 시험을 통과하려고 국가 컴퓨터를 조작하였다. 여자 초등학생들은 얼짱이 되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남자 초등학생들은 복근을 만들려고 혈안이다. 인터넷에 ‘초등복근’을 검색하면 초등학생들의 상반신 사진들이 넘쳐난다. TV 속 어른들은 자신의 사람을 심으려고 추악한 모습의 극치를 연출하였다. 예쁜 여자는 ‘여신’이라는 표현으로 상대적 대우를 받는 현실이다. ‘이태백’이라고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이 현실이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연기하고 공무원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이다. 졸업은 학생에서 백수로 바뀌는 현장이 되어 축하가 사라졌다.


이런 종합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로 그녀의 행동을 단순히 정신병자나 분노조절 장애 환자라고 보기 어렵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사회에 대하여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고 통통하고 예쁘지 않은 얼굴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편견이 매사에 장해가 되어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서 언젠가는 폭발하게 된다.


편견을 극복하려면 깊은 수양과 내공이 필요하다. 그런데 20대에 편견을 극복할 만큼의 정신적인 수양과 내공을 쌓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내공은 사회경험이 많은 50~60대에도 쉽지 않다. 지금 우리시대는 50대에게도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은 다가오는데 노후를 대비할 자산은 없고 자신이 처한 환경은 점점 나빠져만 간다. 대부분 50~60대 가정은 그런 부모에 그런 20~30대 자식이다. 부모도 자식도 소통을 생각할 만큼의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 스트레스를 풀어줄 가정과 가족의 정이 단절된 상황이다. 게다가 각자가 지닌 스트레스 위에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불만까지 합쳐진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것 때문에 우산이 그녀의 발끝에 차이게 되었다는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변하지 않고 50대 부모가 변하지 않고 20대인 그녀가 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가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모가 변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현실적으로 50대 부모가 변하는 것은 20대가 변하는 것보다도 더욱 어렵다. 결국 그녀가 처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필자의 마음이 아프다.


어른이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회이다 보니 사회가 추구하고 나가는 방향도 잘못되었다. 이제 필자도 50대 중반을 넘었다. 나이로는 충분한 어른이지만 실제로 어른 같은 행동을 하는가를 반문하여본다. 필자의 자녀들과 비슷한 또래인 지하철 우산녀가 사는 지금 우리사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고 어른의 한사람으로 통감하여본다. 그들의 사회를 위하여 앞으로 필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위안 받고 위로가 되는 방향으로 사회 환경이 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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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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