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발치 후 사망은 뉴스거리인가, 사전고지감인가?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아는 후배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60대 환자 단순발치를 한 개 했는데 며칠 후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를 거쳐 감염내과에 입원했다고 한다. 원래 신장과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었는데 바이탈마저 우려됐다가 고비는 넘겼다고 한다. 환자 가족들이 몰려와 항생제 처방을 안 해줘 이 지경이 됐다고 여러 차례 난리를 쳤단다. 후배는 멘붕(정신이 무너진) 상태였다. 나는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으니 다행이고 배상은 보험사에 맡기면 되니 행패엔 담담히 대처하라고 일러뒀다. 발치는 치과의사라면 매일 밥 먹듯 하는 안전한 수술이다. 중국오지의 발치사(치의 없는 지역에서 발치만 전문으로 하는 기능사)가 완전 멸균이 안 된 기구로 시술하고, 남미에선 토픽뉴스에 나올 정도로 진료봉사 때 동산만큼 발치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치의에겐 진료의 중심이고 그 자체로 생명의 근원이던 치아가 수(壽)를 다해서 악의 근원이 되면, 발치할 때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사자의 마음, 여우의 말, 원숭이 손으로 소임을 마치면 조폭두목 잡은 검사의 기분이 된다.


그러나 그 안전한 발치가 간혹 사람을 잡는다. 최악은 사망이다. 발치 후 급격한 전신악화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드라마틱한 추락에 치의는 아연실색한다. 환자가족은 폭도로 표변한다. 치의, 환자 모두 경황이 없어서 연구대상화가 어렵고 조기 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묻혀진다. Dr. Archer는 이미 구강악안면외과 교과서에서 발치 후 뇌내감염으로 사망한 27명의 예를 언급했다. 19명의 예에선 단지 한 개를 발치했다. 꼭 동시 다수발치가 치명적 감염의 원인이 아니란 말이다. 보통 상악치 발치 후는 뇌내감염이, 하악치는 패혈증이 가능하다고 보고됐다. Archer의 교과서를 보면 각 치아의 발치자세 및 기구위치 장면 하나하나가 정식 수술실에서 수술복을 착용한 치의와 간호사, 수술포로 스크랩한 환자로 진지하게 촬영돼 있다. 아마도 Archer가 후학들이 발치 후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게 저균수술법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모범을 보인 것이 아닐까?


얼마 전 백남기 농민 사망은 외인사, 내인사 논쟁을 가져왔다. 시위중 머리에 물대포를 맞고 뇌지주경막하 출혈로 사망했는데, 사인이 신장부전이라고 경찰 측(서울의대 교수 측)은 주장했다. 의학적 사인이 정치논리에 휘둘린다. 상식적으로 주요 생장기인 두개부의 치명적 손상이 우선이므로 외인사가 아닌가. 비슷한 맥락으로 만약 발치 후 사망했다면, 외인사이긴 하나 치의는 억울한 면이 있다. 치아는 주요 생장기가 아니어서 오히려 환자의 낮은 면역력이나 기저질환이 더 문제가 된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보면 여하튼 발치가 사망을 촉발한 인자이므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몇 년 전 선배에게 들은 바로는 중년의 환자가 전치 발치 위해 마취한 순간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이송했는데 다음날 사망했단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선천성 뇌동맥류파열이었다. 배상책임보험도 없을 때라 선배가 이후 겪은 마음고생은 고행 그 자체였다. 집으로 몰려와서 마당에서 농성하고 브로커가 개입해 지쳐, 결국 거액의 합의금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아무리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염두에 두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개원의의 숙명인 듯싶다.


후배의 사건을 반면교사로 필자의 치과 발치 시스템과 기구 멸균과정을 점검했다. 그동안 영상촬영, 병력과 약 복용력은 체크했지만 정작 발치 후 후유증은 간과했다. 선별적으로 노약자에게만 구두로 일러주고 차트엔 기록을 생략했었으나 싹 바꿨다. 모든 발치환자에게 프린트해 후유증(사망 가능성도 적시)을 알려주고 사인을 받도록 했다. 여태껏 이렇게 하지 않은 게 이상했고, 교만했고 별 사고 없던 것에 감사했다.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의 경우 조그만 코 속 용종제거술도 사망을 언급하는데, 연조직 절개와 골조직 제거를 동반하는 사랑니 수술에 언급을 안 한다면 잘못된 일 같다.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고 환자 도망가고 놀랄까봐 하지 않는다면 소탐대실 일듯하다. 이는 환자를 겁주기 위함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사망위험에도 불구하고 발치할 수밖에 없음을 사전에 신중히 고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도 주의사항을 잘 실천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치의도 사망가능을 고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 이런 최악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발치의 품격을 높이게 된다.


인과관계야 없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이 다 일어나는 세상이다. 최순실이 국정을 장난치고, 트럼프가 당선되고, 서울 불바다 위협에 선제폭격론이 난무한다. 발치야 사람이 의도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므로 별 일이 있겠냐마는 후배사건 이후로 사람의 일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 때 후배를 만나 새로 작성한 발치동의서를 보여줬다. 반색하며 자기도 사용하겠단다. 시위에 열성인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아직 광화문에 못 가봤다. 정치는 정치인의 몫이고 발치, 사람 죽지 않게 잘 해주는 것이 나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6월, 미국 증시 S&P500 자산배분 투자 전략

2025년 이후 미국 증시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효과적인 자산배분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본 칼럼에서는 2025년 6월 현재 미국 증시 상황을 기반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자산배분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기적 자산배분 투자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매매 전략을 수립한다.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은 경제 사이클을 연준의 기준금리 변화에 따라 A~F까지 여섯 단계로 구분하며, 각 국면에 맞는 자산 비중조절을 통해 전략적인 리밸런싱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는 B~C 구간의 가장 후반부로,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 랠리를 펼치는 시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위험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이며 이익을 실현하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헤지(hedge) 전략이 필수적이다. 2024년 12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중단하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위축됐고 이에 따라 증시의 조정이 발생했다.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관세전쟁이 시작되며 시장은 하락 폭을 키웠다. 같은 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조치를 직접 발표하면서 시장의 공포는 절정에 달했지만, 협상을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