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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치의, 지킬과 하이드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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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논설위원

지금 이 순간 내 안의 모든 의심과 사악함을 날려 버리고 그 동안의 내 모든 노력들이 하나가 되어 이제 빛을 발하네. 이곳 지금 바로 오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의사 지킬이 자신의 실험실에서 부른 노래 ‘This is the moment’의 처음 몇 소절이다. 원장실에서 원곡으로 흥얼거려본다. 2월의 끝자락에 보았던 그 감동의 순간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치과에서 지킬(Jekyll)인가? 하이드(Hyde)인가? 내 인생의 절반을 치과의사로 살아왔는데도 바로 답을 할 수 없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알려진 원작가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이고, 원작명은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1886)이다. 작가는 실존인물인 영국의 외과의사며 해부학자인 John Hunter(1728-1793)를 모델로 하여 주인공 ‘지킬’을 탄생시켰다. 특히 존 헌터는 치아에 incisor, cuspid, bicuspid, molar와 같은 이름을 지어주었고 치의학에도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뮤지컬을 관람해서 그런지 더 흥미로웠고 생각해볼 거리도 많았다. 나는 치과에서 무엇을 지킬 것인가? 윤리, 안전, 수가. 무엇을 하이드할 것인가? 감정, 표정, (환자)정보


소설 속 주인공 지킬과 실존인물 존 헌터는 서로 연관성이 깊다. 지킬이 집에 실험실을 갖춘 것처럼 존 헌터의 집에는 진료실, 강의를 위한 박물관, 연구 목적의 해부실이 있었다. 존 헌터의 다소 괴기스러운 집에서 생긴 일들을 모티브로 하여 이런 소설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작가 스티븐슨은 레스터 광장에 있는 헌터의 집을 자주 들르곤 했다. 뮤지컬에서 5~6미터 높이의 진열장에 메스실린더로 채워진 실험실 세트는 헌터 박물관(Hunterian Museum)의 크리스탈 장식장을 떠오르게 했다. 한국에 있으면 지킬앤 하이드 뮤지컬을, 런던에 간다면 헌터 박물관을 여러분께 적극 추천한다.


지킬과 존 헌터의 특이한 실험에도 공통점이 있고, 그 안에 두 사람의 어두운 모습 하이드 가 도사리고 있다. 지킬은 사람에서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자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어 이성과 욕망의 통제를 벗어나 악으로만 가득 찬 하이드로 변하며 불행을 자초한다. 한편 존 헌터는 성병(性病) 연구를 위해 자신의 몸에 실험하다가 그 병에 감염될 정도로 괴짜 의사였다. 또한 해부학자인 그는 연구에 필요한 사체를 확보하기 위해 묘지 도굴범, 시체 도둑들과 검은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치과의사는 이러한 악의 유혹을 떨쳐내야 도덕, 양심, 비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치과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옳음과 그름이 서로 맞서면 누가 이기는지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옳고 그름은 회색빛처럼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틈 속에 하이드가 출현하여 지킬과 같은 수많은 치의들을 힘들게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지킬과 하이드처럼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지닌다. 즉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욕망과 치과의사로서의 윤리 사이에서 매일 고뇌하고 있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 진 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자. 그러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일 것 같다.


지난 3년간 필자의 칼럼에 관심을 가져준 분들께 지킬앤하이드 OST로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Once upon a dream(언젠가 꿈속에서라도) Someone like you(당신 같은 누군가를)만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그러나 This is the moment(지금 이 순간) 작별할 시간이군요.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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