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적절하다.
코스피는 글로벌 주요 시장 가운데서도 환율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지수다. DXY와 원·달러 환율과는 오랜 기간 높은 역상관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달러 약세는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2025년 3월 이후 이어진 달러 약세 흐름은 코스피의 강한 상승을 이끈 주요 동력이었고, 미국의 AI 중심 성장세가 글로벌로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 역시 자연스럽게 수혜를 받았다. 다만 이러한 상승 배경은 일시적 매크로 환경의 영향이 큰 만큼, 이를 구조적 성장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고 판단된다.
장기 로그 차트로 살펴보면 코스피는 수십 년 동안 하나의 상승 쐐기 구조 안에서 움직여 왔다. 1989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장기 고점이 만든 상단 저항선, 그리고 IMF·IT 버블·글로벌 금융위기·코로나19 등 주요 충격에서 형성된 저점을 연결한 하단 지지선은 국내 증시의 장기 흐름을 매우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금리 사이클의 C 구간은 언제나 코스피가 사이클 저점을 기록한 시점과 정확히 겹쳐왔다. 요약하자면, 국내 증시는 위기 국면마다 로그 채널 하단까지 밀린 뒤 다시 장기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필자가 2024년 말, 코스피가 2,400선에 머물던 시점에서 본지를 통해 3,000선까지의 상승을 전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장기 추세 구조와 프랙탈 분석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는 전망치를 넘어 2025년에 들어 4,000선을 돌파했는데, 이 강한 추가 상승은 달러 약세와 미국 기술주의 과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에 가깝다. 특히 4,200선 부근에서 장기 로그 저항을 터치한 뒤 이어진 횡보 흐름은 현재 구간이 이미 과열 신호권에 진입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주간 단위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 금리 사이클에서도 코스피는 C 직전의 고점에서 과열을 보인 뒤 최고점 대비 약 30% 이상 하락하며 사이클 바닥을 형성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금리와 유동성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금리가 하락하고 유동성이 공급되는 B~C 구간에서는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며 고점이 형성되지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C 국면에서는 기업 이익 감소, 신용 경색, 글로벌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조정된다. 국내 증시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였던 적이 없다.
따라서 지금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 현재는 위험자산에서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금리 사이클이 전환된 이후 다시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구간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금리 사이클의 큰 흐름을 고려하면 지금은 투자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시점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위기 C 이후 도래할 구조적 저가 매수 기회를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고, 금과 달러 같은 헤지 자산의 비중이 충분한지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상승 후반부에 나타나는 강세 흐름에 쉽게 현혹된다. 코스피가 3,000에서 4,000까지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는 낮은 가격이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과거의 모든 금리 사이클은 이러한 믿음을 번번이 깨뜨려 왔다. 2001년 IT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시장은 예외 없이 ‘상승의 끝에서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으며, 그 직후가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매수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사이클 역시 ‘이번에는 다르다’는 기대가 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2025년 12월의 국내증시는 단기 강세와 장기 구조적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구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자산배분 관점에서 시장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결론은 분명하다. 지금은 위험자산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다가올 경제위기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국내 증시는 원화 자산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국내 주식 비중이 큰 투자자라면 달러 기반 자산이 포트폴리오에서 충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현재의 주가 상승은 반갑지만, 시장이 다음 사이클의 저점을 향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호흡을 갖춘 투자자라면 지금과 같은 구간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시장의 큰 흐름에 맞춰 포지션을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자산배분 전략의 핵심이며, 앞으로 도래할 기회를 가장 현명하게 맞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 본 칼럼에서 다룬 코스피 지수 분석은 패시브 자산배분 투자자의 전략적 참고용으로 작성됐으며, 실제 투자 시에는 시장을 충분히 분석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이 분석을 레버리지 투자나 단기적인 트레이딩 매매의 기준으로 삼지 마시길 바랍니다.





























